[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②]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들까? 가벼워진 냉장고가 환경 살린다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②]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들까? 가벼워진 냉장고가 환경 살린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0.03.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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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어려운 실천법...잘 고르고 적게 구입하고 끝까지 사용
“살까 말까 고민하는 식재료를 사지 않는 용기 필요해”
유럽 등에서 시작된 제로웨이스트 레시피, 집에서도 될까?

한국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 5000여톤. 한사람이 매일 300그램의 음식 또는 식재료를 버립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은 음식과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적 문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문제, 수많은 인류가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는 관점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보다 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숙제가 무엇인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 기업과 사회가 각각 또는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열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영화 '다운사이징'은 사람의 몸이 아주 작아지면 지금보다 적은 물자와 먹거리를 가지고도 풍족하게 살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인간은 몸집이 크고 지구의 포식자이며 머릿수도 많다. 그래서 많이 먹고 많이 버린다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다운사이징'은 사람의 몸이 아주 작아지면 지금보다 적은 물자와 먹거리를 가지고도 풍족하게 살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인간은 몸집이 크고 지구의 포식자이며 머릿수도 많다. 그래서 많이 먹고 많이 버린다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018년 개봉한 영화 <다운사이징>은 인간의 몸이 13Cm로 작아지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다. 몸이 작아지면서 작은 땅에도 큰 집을 지을 수 있고, 음식 한 그릇 가지고도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술 한병만 있으면 여러 사람이 마치 우물처럼 충분히 퍼 마실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인간이 지금보다 작다면 지구에는 음식도. 물도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신선한 소재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인간은 몸집이 크고 지구의 포식자이며 머릿수도 많다. 그래서 많이 먹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이 남기고 그걸 버린다. 먹는 것은 생존 활동이지만 동시에 적잖은 인류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해서, 먹는 문화나 식사의 양을 갑자기 줄이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구입, 관리하고 적당한 양만 조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해결책들이 그러하듯 문제는 실천이다. 살다 보면 바빠서, 생각만 해도 귀찮아서, 막상 해봤더니 불편해서 결국 미뤄두는 게 많은 사람들의 문제다.

◇ 잘 고르고, 적게 사서, 끝까지 사용하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35) 대표는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현재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한다. 직업상 요리연구가와 푸드 스타일리스트, 셰프 등을 자주 만난다. 요리연구가 등과 함께 ‘스페인 집밥’을 소재로 저서를 집필한 경험도 있다. 과거 에디터 시절에는 음식 쓰레기 문제 등을 다룬 ‘냉장고 다운사이징’ 캠페인을 기획·진행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직업적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면서 “소비되지 않은 재료, 남아서 버리는 음식에 대해 평소 자주 반성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요리 과정과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 경우,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을 고려하다 보면 자칫 재료 등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조리하면서 버려지는 재료를 줄일 것이냐’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가져온 분야다. 외국에서는 셰프들을 중심으로 버리는 식재료를 없애자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 레시피’가 유행했다. 커피찌꺼기로 접시를 만들거나, 먹어도 괜찮은 식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도 이미 이뤄졌다.

포장지 없는 슈퍼마켓이 문을 연 후 독일에는 라떼 만들고 남은 우유거품으로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카페가 등장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유명세를 끌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 스타 셰프이자 파워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은 지난해 <제로 웨이스트 퀴헤(Zero Waste Kuche) : 쓰레기 없는 주방>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호프만은 언론 인터뷰에서 쓰레기 없는 주방을 위해 실천해야 할 3대 원칙이 “적게 사고, 잘 고르고, 끝까지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경향들이 소위 ‘핫’했던 적 있다. 뿌리와 잎 등도 모두 먹는 마크로비오틱이 화제였던 적이 있고 돼지고기 기름 한덩이까지 모두 남김없이 재료로 사용하는 제로 레시피가 서점가 등에서도 화제였다. 과거 마크로비오틱은 기네스팰트로와 마돈나 등 해외 유명 스타들의 건강관리법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독일 베를린 스타 셰프이자 파워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의 홈페이지. 호프만은 '쓰레기 없는 주방'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독일 베를린 스타 셰프이자 파워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의 홈페이지. 호프만은 '쓰레기 없는 주방'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살까 말까 고민되는 식재료를 사지 않는 용기

그렇다면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또는 ‘냉장고 다운사이징’은 뭘까. 조한별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 냉장고가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 조 대표는 “냉장고에 잘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제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식재료 관리 노하우를 가진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소량만 구입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 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간을 적게 하고 슴슴한 맛을 유지하면서 재료 본연의 매력을 지키는 것도 조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의 기준 중 하나다.

식사를 준비하고 나면 남은 재료에 신경을 쓴다. 예를 들어 채소나 고기 등이 남았으면 그 재료는 다져서 뭉쳐둔다. 이튿날 완자 등을 만들어 먹거나 반죽해놓은 것을 팬에 부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이런 과정을 습관화하니 못 먹거나 썩어서 버리는 음식이 줄었다.

조 대표는 “장을 본 경험이 쌓이면 ‘이 정도면 남아서 처리가 곤란하겠다’는 느낌이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살까 말까, 남을까 괜찮을까 고민하는 식재료를 안 사는 것이 냉장고 다운사이징의 출발’이라고 의미로 이해됐다.

◇ 냉장고 속 식재료 재고 줄여 식탁 회전율을 높여라

‘잘 골라서 적은 양만 사고 끝까지 쓰라’는 조언은 이해하기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식재료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오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아 많이 샀다가 결국 처치 곤란에 빠지는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료 구입 단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맞벌이 직장인 김모씨(38)는 “결혼 후 처음 3~4년 동안 1+1 식재료나 묶음 상품을 보면 왠지 이익인 것 같아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요즘은 자주 쓰는 식재료만 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3개 3천원짜리 오이와 1개 1500원짜리 오이가 있다면 가격면에서 3개짜리 묶음 상품이 더 경제적이지만, 남겨서 버릴 수 있는 리스크, 재료 저장을 위해 필요한 공간과 그에 따르는 비용,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신선도 등을 감안하면 적게 사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면을 생각하면 단위당 비용이 중요하다. 식구가 많아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대량구매가 효과적이고 음식이 남을 걱정을 덜 해도 된다. 하지만 먹을 사람이 적은데 낮은 단가에 혹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입하면 경제적으로도 손해고 환경 문제까지 생긴다.

경기도 기흥의 한 주부는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줄여 결과적으로 식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집안일의 가장 큰 숙제이자 쓰레기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취생 등을 중심으로 한때 유행했던 ‘냉장고 파먹기’도 식비를 줄이는 취지 외에 환경적인 면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냉장고의 짐을 줄이는게 가정에서의 숙제다.

인스타그램에 '제로웨이스트'를 검색하면 식재료와 주방 사진이 다수 검색된다. 재료를 선정해 구입하고. 조리해서 먹는 과정 모두가 쓰레기 줄이기의 시험장이 되어야 한다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인스타그램에 '제로웨이스트'를 검색하면 식재료와 주방 사진이 다수 검색된다. 재료를 선정해 구입하고. 조리해서 먹는 과정 모두가 쓰레기 줄이기의 시험장이 되어야 한다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3편]에서는 데이터와 ICT 기술 등을 이용해 음식쓰레기 줄이는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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