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⑤] 고작 14시간, 나도 몰랐던 '150개'의 플라스틱과 함께 한 하루
[미션 임파서블⑤] 고작 14시간, 나도 몰랐던 '150개'의 플라스틱과 함께 한 하루
  • 최빛나 기자
  • 승인 2020.03.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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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일상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사용을 줄이고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하는일. 쉬울줄 알았다. 지난해 이슈됐던 '제로플라스틱 운동' 얕봤다. 플라스틱에 포장되서 올 배달음식을 직접 유리 용기를 가져가 담아온다거나, 플라스틱 컵대신에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플라스틱용기에 들어가 있는 제품대신 종이에 들어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등의 아주 평범하고 쉬운일인줄 알았다. 자신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미 내 앞에 놓여져 있는 플라스틱의 양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라스틱은 내 삶에 더욱 깊게 녹여 있었다. 아니 삶과 함께 하고 있었다. 평소 스스로 환경을 위한답시고 분리수거도 잘하고, 텀블러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주위에 환경을 생각하라는 둥의 잔소리를 쏘아 부친걸 생각하니 낯뜨거워 진다. 애석하게도 본 기자는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었다. 플라스틱의 본질도 잘 모르고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 앞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한심한 본 기자의 하루12시간 동안 플라스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체크하고 그 가운데 줄일 수 있는 방법과 대체 제품을 알아보기로 했다.

◇ 고작, 14시간...150개 넘는 플라스틱을 쓰다
 
3월 8일,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 근무를 한지 일주일째. 매주, 매일, 매년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선언했던 고작 저번주보다 내 주위에 무엇인가 제품들이 많아졌다. 재택근무 때문에 '살림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7시 눈을 뜨자마자 삼다수 2리터 물을 꺼내 포트기에 넣고 물을 끓였다. 그 무렵 문앞에 무엇인가 놓여지는 소리. 다섯살 동거남을 위한 반찬 식재료와 각종 소스들이었다. 그 사이 끓인 물에 나머지 물을 넣고 각종 영양제를 먹고 티백을 꺼내 차 한잔을 우려냈다. 그러면서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었다. 커피를 받을때는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역시, 난 환경을 생각...' 이라며 뿌듯하고 있던 그때, 착각과 망각을 함께 하고 있는 이 부분. 여기서 부터 시작이다. 이때 삼다수, 영양제, 티백세트, 캡슐 모두 플라스틱으로된 제품이었다. 심지어 플라스틱으로 된 티백세트는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었다.(비닐도 +1) 새벽배송이된 식재료는 대부분 플라스틱 케이스와 비닐에 개별 포장돼 있었다.(비닐 +4) 박스는 종이를 사용했다고 위로하기엔 기상 후 30분 안에 플라스틱 8개 비닐 7개를 사용했다.

새벽에 배송된 식재료를 씻고 손질해 재료대로 분류를 했다. 물론 플라스틱통에 말이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반찬, 재료들이 온통 플라스틱 통에 담아있었다. 배송된 재료 중에 왜 계란을 보호하고 있는 덮개는 하필 오늘 플라스틱인가. 매번 종이를 사용했건만.

다섯살 동거남을 깨웠다. 칫솔질을 시켰다. 칫솔, 물컵 모두 플라스틱이었다. 쉬야통, 비누, 세수대야, 온도계, 샴푸, 린스, 바디워시, 세안제, 면도기, 비누받침대, 각종 받침대, 드라이기 온통 플라스틱 밭이었다.

동거남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수저, 젓가락,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삼다수에서 물을따라 줬고, 플라스틱 식판에는 플라스틱 통에서 꺼낸 반찬들을 올려줬다. 설상가상 플라스틱 컵에는 일회용 빨대를 넣어주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이후 장난감을 만지는 동거남을 바라 보니 주위가 온통 플라스틱이었다. 왜 원목, 유리, 스텐리스 같은 친환경장난감으로 대체할 생각 조차 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장난감을 입에 이유없이 넣을 나이는 아니니 손을 닦였다. 손세정제도 플라스틱이었다.

그렇게 훌쩍 지나 점심이됐다. 집앞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평소 자주가던 떡볶이 집을 갔다. 이럴수가, (원래는 안그랬다) 떡볶이와 순대가 비닐로 쌓여져 있는 레트로 컨셉의 용기에 담아져서 나왔다. 나무젓가락, 종이컵, 플라스틱 일회용 수저, 공깃밥, 탄산음료는 플라스틱컵을 함께 줬다. 원래 이러지 않았기에 적잖이 놀라웠다. 이 사태에 떡볶이 사장님께 여쭤봤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원한다. 심지어 그냥 플라스틱도 찝찝하다고 비닐로 한번 감싸서 달라는 사람도 있더라"며 "우리도 피해가 막심하다. 한참 플라스틱 안쓰기로 세상이 떠들썩 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 시기가 와버렸다"고 열변을 토했다.

충격을 안고 키즈카페에 갔다. 이 쯤 되니 플라스틱에 대한 부분은 체념했다. 여기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음료가 플라스틱 컵에 담아져서 나왔다. 아이를 주기 위해 플라스틱 컵에 족히 80도가 되는 뜨거운물을 먼저 넣고 찬물을 넣는 모습을 보고 유해물질이 용출되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물론 본기자는 텀블러에 달라고했다+칭찬)번호표, 아이 신발통, 키즈카페안의 모든 시설이 플라스틱이었다.

우리의 삶속에 플라스틱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플라스틱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었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공화국.

장을 보러 갔다. 장바구니는 에코백이었다. (+칭찬) 마트에서는 최대한 플라스틱을 안쓰기 위해 집에있는 친환경 비닐 백(종이로만든)을 지참했다. 고기 코너에 갔다. 최대의 난관에 직면했다. 고기를 썰어주는 정육코너가 아니라 플라스틱에 담아져있는 고기만이 나를 반겼다. 빨리 플라스틱에 담아있는 나(돼지고기)를 데리고 가라는 것처럼. 첫번째 게임에서는 내가 졌다. 고기, 그 아이를 선택했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원래 본 기자는 무의식 적으로 플라스틱에 손질되어 있는 재료를 샀었던 것을 그날 알았다. 그래서 낱개로 흙이 아직 묻어 있는 감자, 양파, 대파, 당근을 구입했다. 친환경 종이봉투에 넣었다. 그 외 HMR 제품(부대찌개, 쌀국수), 떡볶이 소스, 고추장, 나쵸소스, 각종 과자, 젤리 다 하나씩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거나 개별 비닐 포장 되어 있었다.

집에왔다. 이른 저녁을 하기 위해서 플라스틱 쌀통에서 쌀을 꺼내 밥솥에 넣었다. 밥통, 주걱 등 주방 가전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반대로 컵, 그릇, 젓가락, 수저, 칼, 집게, 도마, 조미료 통 등은 유리, 나무, 세라믹 등의 소재가 더 많았다.

저녁 후 설거지, 빨래, 바닥 청소를 했다. 설거지에서는 뭐 당연하거니와 빨래의 세탁기, 건조기 뿐만 아니라 세제, 섬유유연제, 엉킴통, 빨래통, 집게 모두 플라스틱이었다. 바닥 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봉에 일회용(일회용+5) 물티슈를 걸어 바닥을 닦았다. 화장실 청소에 들어가는 솔, 변기에 넣는 파란색 약품 통, 물통 대부분 플라스틱이었다.

일상생활중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 화장대 일 것같다. 드디어 그 마의 구간 화장대에 앉았다. 스킨, 로션, 에센스 등의 화장품 80% 이상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쓰고 있었다. 화장솜, 면봉, 각종 디바이스, 립통 등 정말 작은 것 하나하나 다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었다.

늦은 저녁 화초에 물을 줬다. 화초에 영양분을 주기위해 꼿혀 있는 액상 영양제도 플라스틱에 담아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 '플라스틱 운동(?)을 한지 약 14시간이 지났다. 이쯤되니 내 삶, 생활에 있어서 플라스틱 아닌 소재를 찾는게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분리수거 통을 확인해 봤다. 어제 분명 분리수거를 하고 온 것같았는데 한 가득이었다. 고기를 담아뒀던 통, 식재료 생수통 등이었다. 그나마 플라스틱을 버리기 전에 통을 깨끗이 닦아 주는 버릇 때문에 하나라도 스스로 위안을 삼으리라.

본 기자는 일전에 썼던 환경일기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플라스틱 사용을 아예 반대하는건 아니다. 환경 호르몬 100% 피하며 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이에 다만 알고 쓰며 되도록 줄이도록 노력하자는 주의다.

근데 하루를 돌아보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나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겠다고 말이라도 하는 본 기자의 눈에 그나마 플라스틱이 보이는 것 정도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플라스틱을 쓰는지도, 쓰는 제품이 플라스틱인지도, 일회용품인지도, 어떻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모양, 색이든 표현할 수 있고 쉽게 성형 될 수 있는게 플라스틱이고, 이를 대체할 만한 것이 또 있겠냐 싶을 정도. 게다가 가볍다. 온통 일회용품을 쓴것도 아니고 굳이 플라스틱을 쓰겠다고 노력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닐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요일이었다. 그 평범했던 일요일 하루종일 사용한 플라스틱은 약 150여개에 달했다.
이처럼 앞서 스스로는 플라스틱을 잘 안쓰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플라스틱은 이미 자연스럽게 내 삶에 녹아 있었다. 내 결심만으로 플라스틱 안쓰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위의 일상을 생활하다 보니 생활에서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었다. 결론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구입할때 부터 자각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물건이든 구입하기 전에 꼭 필요한 지를 한 번 더 따져보고, 구입했을때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 올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품이나 화장품, 세제 대신 다양한 기업들이 출시하는 종이나 재활용할 수 있고 리사이클이 용이한 포장용기로 된 제품을 꼼꼼하게 선택하는 것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식재로보다 플라스틱을 위한 냉장고 안의 통과 주방식기구 등도 모두 오래 쓸수 있는 유리나 세라믹으로 바꿔야겠다.

또 세제나 각종 액체류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피해를 주는 성분도 살펴봐야 겠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 환경과 가족의 건강은 철저히 무시된채 편함과 빠름만을 필요로 하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겨 살았다. 멸종위기에 놓인 거북이, 고래 등의 코나 장기에서 플라스틱이 무더기로 나오는 장면을 가지고 모 전문가들은 상징만을 위한 것이다라고 폄하하지만 국민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심각성과 위협성에 대한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곧 인간의 혈에 미세플라스틱이 흐르게 되고 플라스틱과 함께 관에 들어가 우리내 몸이 흙으로 돌아 갈 수 없는 비참한 시기가 눈앞에 있다. 먼 미래가 아니다. 이 얼마나 심오한 문제인가.

바야흐로 친환경적인 삶을 요구받는 시대다. 내 가족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해 잘 버텨줘야 하는 지구가 플라스틱 문제로 다치고 있다. 지금 나부터 당장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실천해야 할 때다.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

플라스틱의 역사는 1868년. 당시 미국의 발명가 하이엇이 상아로 만든 당구공의 대용품을 찾다가 개발에 성공했다. 이 플라스틱은 지난 100년 동안 ‘신의 선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인류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20세기 플라스틱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플라스틱은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 성형하기 알맞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플라스틱은 어떤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플라스틱은 가구, 가전, 일상용품뿐 아니라 건축이나 산업용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에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소자, 얇고 화려한 색감의 LCD, 초극세사와 기능성 섬유 등도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제품이다.

문제는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oods Hole Sea Grant) 발표에 의하면 플라스틱 병 하나가 분해되는 데 45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2010년에만 최소 480만 톤에서 최대 1270만 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2050년이 되면 바다는 물고기와 플라스틱 비율이 50 대 50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의 선물’이 자칫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 없는 삶’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2021년부터 포크, 젓가락, 빨대 등 10종류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전면 사용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뒤늦게 우리나라도 환경을 위한 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8년 부터는 마트내 비닐봉투 사용금지, 올해는 프랜차이즈 업계 내 빨대 사용금지법안을 통과했다. 그에 따른 환경을 위한 금지법안들도 통과되기를 기다리며 현 정부에 묶여 있다.

앞서 국내 유통업계들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제로 플라스틱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신세계는 에어캡 사용 중지, 롯데칠성은 플라스틱을 투명용기로 탈바꿈 하겠다는 과정에 있고 현대그룹은 포장지나 에코백 도입을 추진중이다. 화장품업계는 공병수거 이벤트, 플라스틱 포장용기 퇴출 캠페인 등을 진행중이다.

또 다양한 중견·소 기업들은 종이빨대, 종이포장지, 대나무 펄프 휴지, 종이커피뚜껑, 휴대용 스테인리스빨대 등의 친환경 제품과 오래 쓸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본 기자의 [Eco Start-up] 의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면 보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런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그대로 묻혀지지 않길 바란다. 정부와 기업이 끊임 없이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국민들의 소비 패턴이 바뀐다.
 

vitnana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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