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 배출+플라스틱 제품 미사용=0
시작부터 꼬여버린 일상 속 플라스틱 제품들
사장님께 냄비를 건네며…“포장해 주세요”
장보기 후 집안에 쌓이는 예비 플라스틱 쓰레기들

최근 가장 큰 환경오염 문제를 발생시키는 쓰레기는 단연 플라스틱이다.(사진 The Verge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가장 큰 환경오염 문제를 발생시키는 쓰레기는 단연 플라스틱이다.(사진 The Verge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고대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한 플라스틱(Plastic)은 그야말로 인류의 혁명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연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를 잡는 동시에 그에 따른 환경오염도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파도에 떠밀려온 수많은 플라스틱 용기는 이미 해안가를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은 눈에 보일 정도의 크기여서 수집·처리하기에 오히려 쉬운 편이다.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동물들의 사체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인간 역시 그 부작용에 자유롭지 못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 플라스틱 제로화(0)에 도전하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자가 직접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체험해 봤다.

사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버리지도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획된 이틀 동안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또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기자는 나름의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플라스틱 제로화(0)’다. 최근 유럽의 온실가스 생성 주원인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그 절감량의 합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제로화’에 착안, 기자가 일상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개수와 노력을 통해 줄인 플라스틱 사용 개수를 합산해 ‘0’으로 수렴시킬 계획이다.

◇ 시작부터 플라스틱 배출의 시작…내 일상생활 속 스코어는?

기자의 주말 하루 시작은 돌체 구스토를 이용해 캡슐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별도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캡슐 하나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게 된다. 캡슐 커피는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 뚜껑으로 포장된 형태로 커피 한 잔을 소비하는 대가로 플라스틱 쓰레기 1개를 배출하게 됐다. 시작부터 꼬여버린 상황이다.

늦은 아침, 편리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하니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작은 반찬 용기로 구성된 이 도시락은 먹는 즉시 모두 3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 패턴으로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벌써 4개의 플라스틱을 배출하고야 말았다.

플라스틱 제로화를 목표로 설정했다는 게 무색할 만큼 이미 다량의 플라스틱을 배출하게 된 기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라스틱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음식물이 묻은 용기를 설거지하는 것으로 죄책감을 조금 덜어봤다.

순식간에 제로화 계획을 완전히 망쳐버려 기분이 착잡한 기자는 외출 시 평소 테이크아웃을 하던 커피를 멀리하고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잠시 카페에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는 관계없이 최근 코로나19에 의해 일회용 커피잔을 제공하는 카페. 급하게 플라스틱 재질로 된 커피잔 뚜껑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도전 첫날의 중간 스코어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반나절 만에 기자가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래와 같다.

돌체 구스토 캡슐 커피 1개, 편의점 도시락 플라스틱 3개. 반면 기자가 노력에 의해 사용하지 않은 플라스틱은 테이크아웃 커피 뚜껑 1개뿐이었다. 스코어는 +3개로 플라스틱 제로화는커녕 오늘도 어김없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야 말았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 제로화 심기일전…냄비 들고 포장하러 가기

오전의 플라스틱 제로화에 뼈아픈 실패를 맛본 뒤, 기자는 심기일전해 남은 하루만큼은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물 2리터 페트 병 생수를 하루 동안 마시는 기자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보리차를 끓여 마셨다. 또한 플라스틱 용기에 보통 포장되는 배달 음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직접 냄비를 들고 포장하러 가게에 가기로 결정했다.

우선 보리차로 물을 끓여 먹으니 하루 보통 1~2개 배출되는 페트병이 사라지게 됐다. 이날의 경우 총 1개의 페트병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리차 티백을 넣고 이를 다시 식혀야 했지만 스코어를 만회했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저녁이 문제였다. 직장인에게 꿀맛 같은 주말 저녁, 오랜만에 혼술을 즐기려는 기자는 난관에 봉착했다. 안주로 떡볶이와 순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음식의 경우 배달 주문은 물론 포장 역시 보통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기 때문에 순간 해결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자제할 순 없다 보니 직접 용기를 들고 포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문제는 다시 한 번 발생했다. 찬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집에 있는 포장용기는 가볍고 물성이 좋아 대다수 가정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 밖에 없었던 것. 물론 이 용기는 계속 사용 가능하므로 음식을 포장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즉, 오늘 하루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집계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자제하고자 하는 이번 주말의 체험과 취지가 어긋나는 것 같아 결국 싱크대 아래에 있던 스테인리스 냄비를 집어 들고 집 밖을 나섰다.

근처 분식 가게에 도착해 사장님께 냄비를 들이밀며 떡볶이와 순대 포장을 요청했다. 순간 가게 사장님은 멈칫하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냄비를 가져온 이유를 묻는 사장님에게 본 체험의 취지를 이야기하니 “포장하려고 이렇게 온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냄비를 들고 집으로 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황하는 사장님과 포장을 위해 냄비를 들고 방문해 부끄러운 기자.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용기를 가져와 포장을 요청하는 손님도, 사람들이 용기를 들고 음식을 포장·구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도전 첫째 날 저녁과 오늘 하루 최종 스코어는 아래와 같다.

플라스틱 배출 0개 그리고 노력에 의해 사용하지 않은 플라스틱 페트병 1개, 떡볶이 포장 용기 1개, 순대 포장용기 1개로 –3. 최종 플라스틱 쓰레기를 0으로 수렴시켰다.

근처 분식집에 가서 기자가 직접 냄비에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근처 분식집에 가서 기자가 직접 냄비에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 장을 보자 늘어나는 건 예비 플라스틱 쓰레기들

앞서 토요일 하루의 가까스로 플라스틱 제로화를 달성한 기자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한 주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평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전날의 경험에 의해 아마도 공산품 대다수의 포장 용기는 플라스틱일 터.

일요일 장을 보며 구입할 물품은 아래와 같다.

돼지고기, 간장, 미림, 멸치, 손세정제, 전구, 물걸레, 헤어스프레이, 스마트폰 스마트링 등이다.

돼지고기는 다행히 비닐봉지에 포장돼 위기를 모면했지만 간장과 미림 등은 아무리 찾아봐도 플라스틱이 아닌 용기에 담긴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집어 장바구니에 넣었다. 멸치 역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으며 손세정제 2개도 마찬가지다. 전구의 경우 일부분이 플라스틱이었고 물걸레와 헤어스프레이는 뚜껑이 플라스틱이었다. 종이박스에 포장된 스마트폰 스마트링은 내부 포장 용기가 플라스틱이었다.

이 많은 잠재적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구입해 집으로 오면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다행인 건 대부분 구입한 제품이 일회성 소비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플라스틱 제로화에 엄청난 영향이 있지 않을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간과한 문제점이 있었다. 필요해 구입한 제품의 개수만큼 다 쓴 플라스틱 용기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사용한 간장 용기, 멸치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 기존 헤어스프레이 뚜껑, 수명이 다한 전구, 스마트폰 키링 내부 용기 등 5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번에 배출됐다. 여기에 일요일 하루 돌체 구스토 캡슐 커피 2잔으로 커피 용기 2개가 배출됐다.

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은 모두 7개로 금세 +7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결국 주말 이틀 동안 플라스틱 제로화 계획은 +7개로 장을 보자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출될 제품들을 보아하니 집안은 온통 예비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하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잠재적 플라스틱 쓰레기에 둘러싸여 삶을 산다. 기자 주말에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한 플라스틱 쓰레기뿐만 아니라 책상의 노트북도 스마트폰도, 볼펜 한 자루도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품 용기 등 플라스틱의 혜택을 보는 기업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야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아닌 최소 6개월 내지 1년의 시간이면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이 속속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그동안 만나 본 대다수의 환경운동가는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역시 분해 기간 동안 이를 매립하거나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현대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플라스틱 사용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사회 곳곳을 가득 메운 플라스틱을 퇴출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의식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 가령 음식 포장 시 플라스틱 용기 대신 다른 재질의 용기를 사용하는 작은 노력이 우리 사회를 조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요일 장을 보자 잠재적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공산품 구매 시 플라스틱이 아닌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김동수 기자) 2020.2.23/그린포스트코리아
일요일 장을 보자 잠재적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공산품 구매 시 플라스틱이 아닌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김동수 기자) 2020.2.23/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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