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 15.1% 차지
전체 해양쓰레기 80%가 석유화학 생산 플라스틱

1972년 6월 5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의 환경회의인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을 건 이 회의에 참석한 113개국 대표는 환경 문제를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로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다. 이를 기념해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인류가 오랜 세월 살고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환경의 날을 맞이하면서 새삼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4%는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 ‘대기질(미세먼지, 오존 등) 개선’(33.6%)을 꼽았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의 날을 맞아 국내 산업계를 이끄는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계의 ‘환경오염 사례’와 ‘친환경 경영 사례’ 등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표적인 효자산업은 철강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조강생산 세계 5위의 철강강국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효자산업은 철강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조강생산 세계 5위의 철강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산업이라고 한다면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최초 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1973년 6월 9일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면서 조강생산 세계 5위의 철강강국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생산된 철강제품은 자동차, 조선, 가전, 기계, 건설을 비롯한 전 산업에 기초소재로 공급돼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소재산업의 특성상 전후방 산업과의 연관효과가 매우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산업도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제품(Naphtha)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Polyester, Nylon) 원료, 합성고무 및 각종 기초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주로 ‘브릿지 산업’으로 불리며 주요 기간산업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소재산업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세계 4위의 입지를 지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자동차, 석유에 이어 3위의 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포기할 수 없는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수년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효자산업’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국내외 수많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온실가스 다량 배출업종 1위에 ‘제1차 금속산업'(37.3%), 2위에 ‘화학산업'(19.0), 3위에 ‘정유산업'(11.8%)이 자리 잡고 있다.

이중 철강산업은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5.1%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부문에서는 무려 37.3%를 차지하는 등 최대 배출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더 적극적인 환경친화적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충남·전남·경북 등 환경단체는 각 지자체에 철강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고로의 블리더에서 대기환경오염물질이 나온다며 업체를 고발했다. 이에 지자체가 ‘고로 조업정지(약 10일)’라는 최고 높은 강도의 행정처분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가 이행될 경우 10일 정도 고로가 멈추게 된다. 문제는 고로가 다시 재가동하려면 3~6개월이 소요되는 데다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조 단위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가전, 기계, 건설 등의 조업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번 문제로 발생하는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고로 조업정지를 한다고 했을 때 재가동 후 상황이 더 좋아질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철강협회·고로사들과 머리를 맞대 개선책을 찾아내려 하겠지만 여전히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종에 ‘제1차 금속산업(37.3%)’, 2위에 ‘화학산업(19.0)’, 3위에 ‘정유산업(11.8%)’이 자리 잡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종에 ‘제1차 금속산업(37.3%)’, 2위에 ‘화학산업(19.0)’, 3위에 ‘정유산업(11.8%)’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의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정부·산업체 공동 친환경 제철 프로세스 연구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중이다.

국내 철강업계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은 철강산업 현존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감축률은 기존 11.1%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탄소비용 상승 및 철강원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온실가스 저감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철강업계의 이슈는 좀 더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철강업계의 기존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식이 한계를 노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철강업계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며 저감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석유화학 업계 역시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80%로 추정되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양 플라스틱을 지난해 대비 2022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미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은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원동력이고 꾸준히 미래 신소재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플라스틱을 감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플라스틱 제품 사용 패턴을 바꾸고 재활용에 주력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무한 재활용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의 유해물질 배출 위험성은 우리 주변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사진 서산시청 제공)
석유화학산업의 유해물질 배출 위험성은 우리 주변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사진 서산시청 제공)

사실 플라스틱 문제보다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피해는 석유화학산업의 유해물질 배출이다.

실제로 최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로 지역주민 6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는 등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번 유증기 유출사고는 한화토탈에서 스틸렌 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가 과열돼 폭발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발표에 따르면 한화토탈 대산공장은 지난 3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련 경고를 꾸준히 받았는데, 이는 석유화학산업의 유해물질 배출 위험성이 우리 주변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이번 추가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 현장 안전은 높이면서도 기업이 원활하게 화관법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불법 사업장은 현장 점검을 통해 적발‧조치해 화학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확고히 지킬 수 있도록 안전관리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명과 암은 뚜렷하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효자산업' 양대산맥이 ‘환경오염' 양대산맥이기도 한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과 싸워야 한다.

환경오염에 대해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계가 스스로 친환경 체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경제가치’에 밀렸던 ‘환경가치’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가습기 살균제 등의 각종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철강산업과 석유화학산업계도 이젠 친환경 경영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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