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상승… 노후 제휴카드부터 손보는 카드업계
현대카드·삼성카드도 단종 잇따라… “이용자 적은 제휴카드 유지 어렵다”

롯데카드가 롯데시네마 제휴카드의 발급을 종료한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롯데카드가 롯데시네마 제휴카드의 발급을 종료한다./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롯데카드가 롯데시네마 제휴카드의 발급을 종료한다.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이용 고객이 줄어든 노후 상품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오는 27일부터 ‘뉴롯데시네마 포인트플러스 카드’와 ‘뉴롯데시네마 롯데체크카드’의 발급을 중단한다. 두 상품은 10년 넘게 운영된 대표적인 영화 할인 카드로, 영화관 이용자 가운데 일정 고객층이 꾸준히 사용해왔던 상품이다. 하지만 출시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혜택 구조가 오래되고, 운영 비용도 점점 커지면서 조정 필요성이 내부에서 계속 제기돼 온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 상품으로, 이용고객수가 적고 롯데시네마 측에서도 향후 유지 계획이 없다고 해 발급을 중단하게 됐다”며 “롯데시네마와 새로운 제휴카드 출시 계획은 없다. 현재, 롯데그룹 PLCC 상품인 롯데멤버스 카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의 최근 실적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매출은 3조 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1700억 원대로 전년보다 약 3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300억 원대로 전년 대비 약 64% 감소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 또한 2.32%로 집계돼 전년보다 약 0.5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 규모는 유지되지만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라면, 오래된 제휴카드는 수익성 기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 할인 제휴 구조도 카드사에 불리한 형태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영화관과 비용을 나눠 부담하거나, 카드사가 전체 할인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드사가 할인액을 직접 부담할수록 비용 압박이 커지는데, 고객 수가 적은 노후 카드일수록 유지 명분은 약해진다. 반대로 영화관은 혜택이 줄어들어도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거의 없어, 제휴 유지의 동력이 약하다. 롯데시네마가 별도의 유지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구조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사업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카드 이용 고객이 많지 않은 데다, 롯데시네마 매출은 티켓 판매와 매점 매출, 자체 앱 멤버십 혜택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제휴 할인은 부가적인 유인책 성격이 강해 제휴 종료가 매출 감소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꾸준히 할인 혜택을 이용해오던 일부 고객층의 이용 패턴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카드업계 전반에서도 오래된 제휴 카드를 정리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카드사들이 최근 2년간 단종한 카드 종류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현대카드는 스타벅스 제휴카드를 갑작스럽게 종료했고, 삼성카드도 신세계 일부 카드와의 제휴를 종료했다. 유통사 제휴카드와 항공 마일리지 카드 등 고비용 구조의 상품들도 재편 대상에 오른 상태다. 늘어나는 조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 수가 적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인 상품은 우선적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롯데카드가 PLCC 상품인 ‘롯데멤버스 카드’에 힘을 싣는 것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해석된다. 그룹 내 포인트·적립 체계를 활용해 고객 이용을 유도할 수 있고, 비용 구조도 제휴카드보다 안정적이다. 대규모 할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제휴 협상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카드업계는 앞으로도 자사 고객 기반을 키울 수 있는 PLCC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제휴비 부담이 커져 카드사들이 오래된 제휴카드를 정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에 롯데시네마와의 제휴 종료도 그런 측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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