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2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지속가능성 콘퍼런스 ‘코리아 리더스 서밋(Korea Leaders Summit) 2025’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영상 축사), 반기문 UNGC 명예회장(전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 국내외 지속가능성 이슈 전문가와 기업·기관 대표·실무진 600여 명이 참석해, UNGC 창립 25주년을 기념하고 축하했다.
이태식 UNGC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AI 전환과 탄소감축이라는 거대한 다중 위기 속에서 포용적 성장과 협력을 우선시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UNGC가 책임경영과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이 양립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고 평가하며, SDGs 달성을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 아울러 “기업이 인권·노동 존중, 기후 및 환경 대응, 여성·청년·취약계층의 포용, 투명하고 청렴한 거버넌스를 실천할 때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명예회장은 “기업들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지정학적 위기, 공급망 불안, 기술 불확실성 등 복합적 리스크로 성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지난해 UNGC가 출범한 ‘포워드 패스터(Forward Faster)’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들이 더욱 과감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기술을 선도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윤리적 기준과 인간 중심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해치지 않도록 명성과 책임, 포용에 기반한AI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ESG포럼에서도 ‘ESG 정보 공시’ 제도화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경영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9월 UNGC 글로벌 이사로 선임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AI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생산성·효율성·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실질적 문제 해결과 혁신 사례를 만들어 내며 폭넓은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며, 한국 기업들이 ‘모두를 위한 AI’를 위해 AI 거버넌스와 윤리 기준 마련 등 더 혁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튜링상 수상자이자 ‘AI 4대 석학’으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 대학 교수가 영상 메세지를 통해 “인류에 큰 혜택을 가져올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특히 AI 모델이 항상 인간의 통제하에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려면, AI 모델의 개발·활용을 규정하는 국가 차원의 법률이나 국제협약과 같은 정책적 대응, 그리고 머신러닝·딥러닝 등 과학적 기반 연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I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은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김수영 현대자동차 모빌리티사업실 상무, 김유철 LG AI 연구원 전략부문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AI와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논의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협력과 인사이트를 살펴봤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전 바둑기사)는 “(우리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제도, 윤리, 교육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는 '속도 불균형'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윤리와 효율이 경쟁하는 시대가 끝나고 '윤리를 무시하면 효율도 잃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AI와 지속가능금융’을 주제로 첫 번째 분과 세션이 진행됐다. 장 폴 세르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의장은 영상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와 AI의 결합은 미래 금융시장의 핵심”이라며 “AI가 가져올 기회뿐 아니라 AI로 인한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패널 토의에서는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이석준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 아시아 태평양 총괄이사,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 김미현 SK증권 상무,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이영진 스탠다드앤푸어스 글로벌(S&P Global) 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지속가능경영 평가, ESG 데이터 분석, 리스크 예측, 지속가능 투자 판단 등에서 AI의 활용 가능성과 함께 금융 AI 규제 및 감독 체계에 대한 현안과 국내 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번째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분과는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와 공동으로 개최됐다. 로라 코지 국제에너지기구(IEA) 지속가능기술·전망 담당 이사가 ‘AI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과 한국에의 시사점’에 관,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이 ‘국내 AI 및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동향 및 과제’에 관해 발표했다.
이어서 패널토론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일본 정책 총괄 부사장, 김정수 ING 한국 지속가능솔루션그룹 부문장,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서진석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의 참여로, AI가 불러온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부·기업·기술 생태계 간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 방안을 모색했다.
‘정의로운 기후·AI 전환과 기업 지속가능성’ 토크콘서트에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AI 전환이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면서 노동시장,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이행 방안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했다.
특히 한국 사회와 기업에 어떤 기회와 도전 과제가 주어졌는지 현주소를 살피고, 이를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에서 준비·대응하기 위한 공공·민간 부분의 역할을 고민했다.
이날 UNGC 한국협회는 i-ESG와 공동 개발한 AI 기반 지속가능성 자가 진단 플랫폼인 ‘ASAP(AI-powered Sustainability Assessment Platform)’를 정식으로 선뵀다. 이선미 UNGC 팀장과 김종웅 i-ESG 대표는 “ASAP는 UNGC의 이행보고서(Co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며 “이를 통해 기업은 향후 자사의 현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직접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도출하며 이를 강화하기 위한UNGC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 2000년 창립한 UNGC는 160개국 2만여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다. 핵심 가치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기업 운영과 경영 전략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제시한다.
UNGC 한국협회는 2007년 발족 이후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및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한 다양한 의제의 연구조사, 교육, 자문, 정책지원, 프로젝트 수행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다. 또 우리 기업에 사회적 책임 의제를 제안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지원한다.
이날 UNGC 한국협회는 ESG 경영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는 회원사 10곳을 ‘리드그룹’으로 선정하고, UNGC 가치 확산과 지속가능성 의제 주도를 주문했다. 리드그룹에는 현대차증권, 세아상역, iM금융지주, 유한킴벌리, 애큐온캐피탈, NH투자증권, 두산, CJ제일제당, 포스코,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