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친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MOU 체결··· ‘메이크 인 인디아’ 대응
760억달러 인도 국방예산 겨냥··· 글로벌 함정사업 네트워크 급속 확장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시너지··· 인도 방산시장 진입 발판

HD현대가 세계 3위 규모의 인도 방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가 세계 3위 규모의 인도 방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가 세계 3위 규모의 인도 방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기업과의 기술협력과 파트너십 구축을 중심으로 한 다각적 진출 전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방산 강자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과 현지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의 방산협력 강화 추세 속에서 HD현대의 현지화 중심 전략은 경쟁력 제고와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인도 해군의 상륙함(LPD)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코친조선소와 맺은 포괄적 협력 MOU의 연장선으로, 설계·구매 지원 단계를 넘어 구체적 프로젝트 협력으로 발전한 사례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현지화 전략’이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바탕으로 자국 내 방산 장비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외국 기업의 직접 수주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현지 파트너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하며, 설계 및 기술 지원 방식으로 실질적 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인도 방산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막대하다. 인도 정부가 발표한 TPCR 2025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해군력 강화를 목표로 차세대 구축함, 상륙함, 핵추진체계 등의 사업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국방비 지출국으로, 2024년 기준 국방예산은 약 760억달러(약 100조 원)에 달한다.

특히 인도 해군의 상륙함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필리핀과 페루 등에서 축적한 함정 건조 및 기술협력 경험을 토대로, 공동 제안과 기술 이전에 최적화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12월 합병 시너지로 인도 진출 가속

오는 12월 예정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이번 협력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력과 HD현대미포의 해외 현지화 경험이 결합되면 인도 시장 공략의 실행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 이후 법인은 상선부터 특수선, 해양플랜트까지 전 선종을 아우르는 종합 조선사로 재편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함정 부문에서는 설계·건조·기술 이전을 포괄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사장은 “HD현대중공업은 인도 해군 현대화 사업에 적합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이번 협력이 인도 함정시장 진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3200t급 필리핀 초계함 2번 ‘디에고 실랑함’./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3200t급 필리핀 초계함 2번 ‘디에고 실랑함’./사진=HD현대중공업

필리핀·페루 이어 글로벌 협력망 확대

HD현대의 방산 네트워크 확장은 인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초계함 1번함 미겔 말바르함(BRP Miguel Malvar)을 조기 인도하며 신뢰를 구축했다. 페루에서는 지난 3일 국영 시마조선소(SIMA)와 잠수함 공동개발 의향서를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협력, 공동개발, 현지 생산 지원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HD현대는 아시아·태평양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전개하며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글로벌 방산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 방산시장은 복잡한 규제와 높은 현지화 요구로 인해 단기적 성과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도의 막대한 국방 수요와 지속적인 군 현대화 계획을 감안하면, 선제적 진입과 신뢰 구축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꾸준히 추진해 온 방산사업 다변화 전략이 인도 시장에서도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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