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현장서 60m 타워 붕괴,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현실화
해체 순서 뒤바뀌고 안전 점검 없이 강행··· 기업 이미지·경영 타격

HJ중공업이 시공을 맡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위기에 몰렸다.
11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시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는 최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번 사고는 이미 사망자 3명, 사망 추정자 2명으로 집계돼 중대재해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울산경찰청은 사고 직후 70여 명 규모의 합동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김완석 HJ중공업 대표는 평소 “협력사와 함께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건설현장 전체의 안전 확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형사처벌은 물론, 영업정지 등 중대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HJ중공업은 2022년 1월 ‘중대산업재해 근절 선포식’을 열고 ‘중대재해 제로(ZERO)’ 달성을 선언했다. 당시 홍문기 대표는 “조선 부문 6년 연속, 건설 부문 2년 연속 중대재해 제로를 이어가고 있다”며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HJ중공업은 2021년 고용노동부 제29회 안전경영대상 종합대상을 수상했고, 2024년까지 건설부문 4년 연속 중대재해 0건을 기록하는 등 ‘안전 우수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부산 영도구 조선소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선박 러더 제작 중 작업대와 계단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 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었으며 노동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울산화력 사고는 HJ중공업의 ‘중대재해 제로’ 기록을 단번에 무너뜨렸으며, ‘안전 우수기업’ 이미지가 허상이었음을 드러냈다.

안전관리계획서와 다른 작업 순서··· 구조적 취약성 방치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HJ중공업의 안전관리 실패가 지목된다. 무엇보다 작성된 안전관리계획서와 실제 작업 순서가 달랐던 점이 문제로 꼽힌다. 계획서에는 구조물 붕괴 위험 방지를 위해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해체 공정 1단계는 ‘하부 10m 내 보일러 및 설비 철거’로 시작돼 하부를 먼저 절단함으로써 구조적 취약성을 키운 상태에서 상부 작업이 진행됐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철골 구조물 해체는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구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며 “HJ중공업의 작업 공법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정 지연에 따른 압박도 안전관리 실패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동서발전의 기술시방서상 보일러동 철거는 2025년 4월 완료 예정이었으나, 사고 당시인 11월까지도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획 대비 6개월 이상 지연된 상황에서 HJ중공업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청업체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공사는 한국동서발전(발주) → HJ중공업(원청) → 코리아카코(하청)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실제 위험한 해체 작업은 최하단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코리아카코 소속 노동자 9명만 있었으며, 원청 HJ중공업의 안전관리자는 부재한 상태였다.
피해자 대부분이 계약직이나 일용직 노동자였다는 점도 안전관리 부실을 방증한다. 첫 사망자 김모 씨(44)는 출근 4일 차 일용직으로, 충분한 안전교육 없이 고위험 작업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보일러 타워는 건축법상 ‘공작물’로 분류돼 해체 과정에서 구조 안정성 검토나 해체계획 승인 절차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원청인 HJ중공업은 자체 안전 검증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울산 남구청에 타워 해체계획서나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HJ중공업은 지난 7일 사고 이후 모든 현장에 대해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회사 측은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보완 조치 후 작업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공식 사과문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울산화력 참사는 HJ중공업에 큰 충격을 안겼지만, 동시에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교훈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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