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참사, 사망자 3명으로 늘어
4명 여전히 잔해 속…2차 붕괴 우려에 내부 구조작업 중단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현장 붕괴 사고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매몰자의 시신이 9일 추가로 수습됐다./TV화면 캡처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현장 붕괴 사고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매몰자의 시신이 9일 추가로 수습됐다./TV화면 캡처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현장 붕괴 사고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매몰자의 시신이 9일 추가로 수습됐다. 현장에는 여전히 4명이 잔해 속에 갇혀 있다.

김정식 울산 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구조 작업을 벌여 오전 11시 5분께 김모씨(44)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3시 14분께 구조물과 땅 사이에 팔 부위가 낀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호흡곤란을 호소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7일 새벽 4시 53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김 과장은 "매몰자의 신체 부위가 끼여 구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김씨 시신 수습을 끝으로 구조대원을 투입한 내부 구조·수색 작업을 일단 중단했다. 대신 드론을 통한 수색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총 3명이다. 나머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과 실종된 2명 등 4명이 아직 현장에 매몰돼 있다.

◇60m 높이 타워 속절없이 무너져

참사는 지난 6일 오후 2시 7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현장에서 일어났다.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1980년 준공돼 2022년 가동을 멈춘 노후 발전소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근로자 9명이 거대한 잔해 속에 매몰됐다.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된 대규모 구조 작업이 펼쳐졌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당시 근로자들은 기력발전 5호기 보일러 타워의 건물 6.5층 높이(약 25m)에서 구조물을 열로 자르는 용단(溶斷)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접수 직후 소방당국은 현장에 긴급 출동했다. 오후 3시 13분에는 인근 4개 시·도의 소방 역량을 총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사고 직후 60대와 40대 남성 2명이 잔해 속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뒤엉킨 철근 더미와 2차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무너진 5호기 타워 옆 4호기와 6호기마저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형 중장비 사용이 제한됐다. 수작업에 의존한 '필사의 수색'이 이어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7일 밤 가족 대표들과 협의 끝에 구조에 방해가 되고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4호기와 6호기를 발파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울산화력 참사 수사망 좁힌다…경찰·검찰·노동부 전담팀 가동

한편,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참사를 수사하기 위한 당국의 합동 수사망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경찰과 검찰, 노동부가 각각 전담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작업에 착수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경찰청은 7일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 디지털포렌식계 소속 경찰관 7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 부산고용노동청도 감독관 20명 규모의 조사단을 꾸렸고, 울산지검 역시 형사5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10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최우선 과제인 피해자 구조를 적극 지원하면서 고용노동부, 검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현장 안전과 구조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사고 원인을 면밀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몰자 구조와 수색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본격적인 수사는 구조작업 종료 후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관련 서류 확보 등 기초 수사는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청 구조부터 안전관리까지 '전방위 조사'

수사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은 물론 원·하청 간 작업 지시체계, 해체계획서 이행 점검, 안전관리 실태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중점 수사할 계획이다.

6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발주한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4·5·6호기 해체 공사 현장에서 벌어졌다. HJ중공업은 발파업체인 코리아카코에 작업을 재하청했고, 희생자 9명은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이 중 1명은 정규직, 8명은 비정규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는 발파에 앞서 구조물을 쉽게 무너뜨리기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 도중 발생했다. 높이 60여m인 5호기 보일러 타워 25m 지점에서 작업자들이 기둥 등을 절단하던 중 구조물이 갑자기 붕괴한 것이다.

수사 당국은 취약화 설계의 적정성과 준수 여부, 해당 지점에서 붕괴가 일어난 구체적 원인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히 붕괴한 보일러 타워가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로 분류돼 지자체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됐다는 점에서,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체 계획을 정밀하게 수립했는지, 제대로 된 감리를 받았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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