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급락·알파벳 상승··· AI 투자 효과 희비 갈려
삼전·SK하닉 등 반도체주 ‘실적 중심’ 강세 지속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에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의 기준이 ‘투자 규모’에서 ‘수익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에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의 기준이 ‘투자 규모’에서 ‘수익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자본시장의 초점이 ‘투자 규모’보다 ‘수익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메타)는 AI 인프라 확충 부담에 주가가 급락했지만, 실적 개선으로 수익성을 입증한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아마존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메타 주가는 11% 넘게 급락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부각되면서다. 반면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아마존은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가 성장의 핵심인 것은 맞지만, 수익 구조가 가시화된 기업만이 시장에서 선택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타는 지난 분기 AI 데이터센터 증설에만 9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하지만 AI 기능 도입이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었고, 광고 매출 증가세도 둔화했다. 반면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아마존 역시 AI 기반 광고 솔루션 매출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 관련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감 속에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장중 한때 10만19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첫 ‘10만전자’를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장중 55만9000원까지 올라 정규장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이어 인텔과도 차세대 HBM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주는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AI 관련 종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 테마주나 비핵심 IT기업은 투자 피로감이 누적되며 조정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제4 인터넷은행 인가’ 기대감으로 주목받았던 중소 IT업체들의 경우 관련 인가 일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과열되자, 이후 차익실현 매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없는 기업은 결국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점차 실적 중심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신뢰는 약해지고 있다. AI 테마가 급등하던 지난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서는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AI 투자 2단계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기술과 비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면, 이제는 실제 수익을 내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나 클라우드 솔루션처럼 공급망 안에서 실질적 매출을 창출하는 기업이 상대적 수혜를 보고 있다.

국내 IT기업들도 AI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검색·광고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카카오는 AI 챗봇 ‘코그니톡스’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비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도 변수다. 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 중심 성장주에 대한 매수세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번 주에도 반도체와 IT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AI 수익화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핵심 업종이나 단기 테마주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성훈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전일 한국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회장 간 회동이 이뤄진 만큼, 한미 간 기술 협력 모멘텀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엔비디아가 한국을 주요 AI 허브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과의 HBM,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 협력 확대가 가시화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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