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 폭발… 메모리 실적 전망 잇따라 상향
HBM 주도권 강화 속 ‘선수주 후증설’ 구조로 체질 변화

‘60만닉스’ 시대를 연 SK하이닉스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100만 원선을 바라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60만닉스’ 시대를 연 SK하이닉스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100만 원선을 바라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60만닉스’ 시대를 연 SK하이닉스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100만 원선을 바라볼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과 실적 기대치가 동시에 높아진 영향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주가가 장중 60만 원을 넘어선 직후 나온 전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한층 뜨거워졌다.

국내에서는 SK증권이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40만 원대에서 100만 원으로 두 배 넘게 올렸다. 단기 주가 상승이 아니라 2025~2027년까지 이어질 AI 기반 메모리 수요 확대를 감안한 판단이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도 30% 이상 높였다. SK증권은 “AI 수요 확대 이후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예전처럼 경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은행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54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약 56% 올렸다. 노무라는 2026년과 2027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99조 원, 128조 원으로 제시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뿐 아니라 서버용 DRAM, eSSD(기업용 고성능 SSD) 등으로 수요가 넓어지고 있으며,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모리 수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업체가 먼저 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늘린 뒤 고객사 주문을 받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엔비디아·아마존·MS 등 주요 고객사가 먼저 몇 년 치 물량을 계약하고, 그에 맞춰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확실한 수요를 확보하고 생산에 나서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급 불안이 줄었다”고 말한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차세대 메모리로, AI 반도체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기업의 AI 칩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며,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장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장중 60만 원을 돌파하면서 지수 상승 기여도가 35포인트에 달했다”며 “AI 시대의 반도체는 기존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는 설명에 한계가 있어 밸류에이션이 PER(주가수익비율)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평가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공장과 자산 규모가 주가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AI 성장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자산보다 실적이 주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026년까지의 HBM 공급 협의를 마무리하며 차세대 AI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AI 인프라 확산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인 만큼,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메모리 중심의 AI 밸류체인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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