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화 수직적 통합 정부도 기대해 구체적 합의는 진통
NCC 리스크·정유업황 부진··· 합작법인 신중론 이어져

LG화학과 GS칼텍스의 여수 납사분해시설(NCC) 통합 논의가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유·화학 간 수직적 통합을 통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양사 내부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확산되며 연내 결론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GS칼텍스 합작법인··· 정유·석화 수직통합 기대
3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GS칼텍스 측에 여수 NCC 공장 매각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에 맞춰 통합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여수국가산단 내 두 회사의 NCC 공장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어 수직적 통합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연 338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NCC 운영사이며, GS칼텍스 역시 2022년 완공된 설비에서 연 9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양사는 LG화학이 NCC 자산을 출자하고, GS칼텍스가 현금 증자를 통해 합작법인(JV)을 설립·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즉 정유사가 업스트림(기초원료)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석유화학사는 다운스트림(석유화학 제품 생산·판매)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2004년 그룹 분리 이후 21년 만에 LG와 GS의 '재결합'이 이뤄지는 셈이다. GS칼텍스는 원래 LG칼텍스로 출발했으며, 현재 여수산단에도 물리적으로도 LG화학과 인접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협력을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시범 사례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시 GS칼텍스는 안정적인 납사·에틸렌 수요처를 확보하고, LG화학은 원료 조달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에서 연말 사이 세부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사 모두 원료·제품 공급망 최적화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며, 정부 및 채권단이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금융지원을 위해 연말까지 NCC 감축 목표를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재편안이 올해 안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합의 쉽지 않아"··· 투자 회수·지분 구조 등 난제 여전
그러나 내부 이해관계 조율은 녹록지 않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익저하 같은 NCC 생산 리스크가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정유업계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가치가 떨어진 NCC를 그대로 안고가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LG화학 역시 자산 가치 평가 조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GS칼텍스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올레핀 생산공정(MFC) 확보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준공 3년도 채 되지 않은 설비를 손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LG화학의 수익성 좋은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은 그대로 두고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 가동만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어렵다.
또한 GS칼텍스는 미국 셰브론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주요 의사결정에 외국계 파트너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원하는 '생산능력 감축형 통합'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간 합작법인 여천NCC를 두고 일어난 갈등 사례로 업계 전반에서 JV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된 점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작사가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경영권 문제나 투자이익 배분 등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통합 논의는 연말까지 일정 수준 진전되더라도, 실제 계약 체결 및 법인 설립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정유·석유화학 수직통합'의 첫 성과를 기대하지만, 양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자산 구조를 감안하면 협상이 올해 안으로 끝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 관계자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 결정된 사항 없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 석화업계 3분기 적자 예상··· 연말 구조조정 시계 빨라지나
- 자산 매각 나서는 LG화학…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
- 中 석유화학 구조조정 본격화…韓 "고부가 경쟁 대비해야"
- 석화 구조조정 '속도전'… 정유-석화 업계 '눈치싸움' 격화
- 국내 정유사, 기후 해결사 변신 가속…탈탄소 생존 전략 본격화
- 석유화학 구조조정, 업계 ‘빅딜’ 본격화 조짐
- LG화학, 3분기 영업이익 6797억원 달성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
- GS칼텍스, 한국품질만족지수 고급휘발유 부문 1위
- GS칼텍스, 인도네시아서 바이오원료 생산 개시
- LG화학, 亞 최대 포장 박람회서 초박막 혁신필름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