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지분 매각 통해 2조원 확보…재무 구조 개선 활용
5조원 통해 차입금 상환 및 차세대 성장동력 투자금 확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LG화학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지분을 활용해 약 2조원의 현금을 손에 쥔다.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사업의 장기 부진 속에서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차입금 상환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화학은 1일 공시를 통해 LG엔솔 주식 575만주를 담보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조9981억원이며, 계약기간은 3년이다. PRS는 주가 변동에 따라 손익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으로, LG화학은 계약 시점에 현금을 일시에 확보하고 만기에는 담보 주식 또는 현금을 정산하는 구조다.

이번 계약 대금은 실제로 석유화학 부문 악화로 인해 발생한 차입금 일부 상환과 회사의 부채 비율 관리에 직접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미래 지분 매각을 약속하고 지금 돈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이 계약 종료 시 현금 대신 지분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5조 활용해 체질 개선 및 투자 재원 확보

확보된 자금은 석유화학 부문 악화로 발생한 차입금 일부 상환과 부채비율 관리에 우선 투입된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조6962억원, 영업손실은 904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발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LG화학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1분기 15조3890억원에서 올해 2분기 23조4130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자본 대비 순차입비율은 35.6%에서 52.5%까지 치솟았다.

이에 이번 대규모 PRS 발행으로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과잉설비 해소 등이 없이는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내를 포함한 주요국들은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즉 석유화학 부문의 만성적 부진과 직결된 유동성 위기,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RPS 발행이 이어졌다는 의미다.

앞서 LG화학은 올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통한 자금 조달과 워터솔루션 사업 등 알짜 사업부를 매각하며 PRS를 포함해 약 5조원을 마련했다. 이는 석유화학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소재·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체질 개선 및 투자 재원 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도 자금 조달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업재편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회사는 연 1470만톤의 납사분해설비(NCC) 생산규모를 270만~370만톤 감축하고 고부가·친환경제품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 계획을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이번 PR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구조조정에 이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LG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8조4000억원 수준인데 LG화학이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현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LG화학 관계자도 "확보한 자금을 첨단소재,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에 투입된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LG화학의 행보는 동종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물린다. 업계 전반적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친환경·고부가 제품 전환이라는 3대 축이 공통적으로 작동하면서 자금 조달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000억원대 수처리 분리막 공장을 매각하며 비핵심자산 현금화에 나서고 있으며, 대산 NCC를 HD현대오일뱅크와 통합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등도 각각 사업부 매각 및 교환 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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