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위주 지역 전기료 급등…反 기후정책이 전기세 발목
글로벌 흐름은 재생에너지 확산…전력 요금도 석탄보다 저렴

화석연료를 통해 전기세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反) 기후위기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미온적이고 석탄발전 위주로 회귀를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오히려 전기 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 재생에너지 비중 높을수록 전기요금 안정
포브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외신은 10일 트럼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가 전기요금 상승을 유발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풍력·태양광 보급이 높은 주에서 전기요금이 더 저렴하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 석탄 등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요금 인상 주범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12~18개월 내 전기세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며 노후 석탄발전 재가동, 석유·가스 생산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세기의 사기"라며 바이든 전 행정부의 화석연료 축소 정책을 비난했다.
하지만 취임 9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 전기요금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환경보호청 인수위원 출신이자 에너지·환경법률연구소의 스티브 밀로이 선임연구원은 "(석탄화력 확대로) 전기세가 내려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희망컨대 상승세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이 단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충이 전체 비용을 낮추는 방향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 비용 상승이 최근 전기요금 급등의 주된 원인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석탄발전 유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확충이 요금 안정화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 화석연료 증가가 전기요금 비용 급등 주범
뉴욕타임스 등은 최근 몇 년간 석탄발전 비용이 급등하면서,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발한 주에서는 요금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2021년 이후 미국 내 석탄발전 비용은 28%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웨스트버지나아 주 등 동부·남부의 석탄 중심 주에서 요금 인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석탄발전소의 강제 운영으로 전기요금이 연간 6억 달러 이상 추가 부담된 사례도 보고됐다. 반면 재생에너지를 확충 주는 요금 상승이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올해 상반기도 미국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약 4% 상승했으나, 이는 주로 석탄·천연가스 비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로이터는 노후 석탄발전 유지 정책은 요금 인상 압력을 높이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투자는 전기요금 안정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상승의 구조적 요인으로 △노후 송전망 교체 비용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기후재난 대응 비용 등을 꼽으며 재생에너지가 최근 전기세 가격 급등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흐름 재생에너지 확산…美 에너지 패권 악화할 수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2조2000억 달러로, 화석연료 투자 규모의 두 배에 달한다. 영국 싱크탱크 엠버의 분석에서도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5072TWh)이 사상 처음 석탄 발전(4896TWh)을 추월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를 뒷받침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TWh 늘면서 전 세계 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32.7%에서 34.3%로 증가했다. 반면 석탄 발전은 31TWh 줄어 전력 점유율이 34.2%에서 33.1%로 감소했다.
글로벌 평균 전력요금도 태양광은 MWh당 24~96달러, 풍력은 24~75달러 수준이지만 석탄은 68~166달러로 훨씬 비싸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태양광 발전량 증가분 중 55%가 중국 몫이었다. 중국은 3년 연속 태양광 성장세에서 선두를 지켰다. 보고서는 "올 상반기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9TWh 증가했으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증가만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 속도가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도 앞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베커 대통령기후행동프로젝트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원하지만, 미국의 미래에 잘못된 자원을 선택하며 오히려 세계 청정에너지 시장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 전 세계서 가장 싼 재생에너지 韓만 비싼 이유는
- 글로벌 해상풍력기업 한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 낮에는 태양광, 밤에는 수력…국내 첫 ‘수상태양광 집적화단지’ 가동
- 李 "재생에너지 확대가 빠르고 현실적"··· 방향성 제시
- 트럼프가 발목을 잡아도··· 전기차 판매 회복세 뚜렷
- 트럼프 정부, 해상풍력 정조준…글로벌 업계 ‘충격파’
- 재생에너지 늘면 전기요금 오른다? ···기후부 "기술로 극복 가능" 정면 반박
- 재생에너지 급증, 전력망 건설은 느림보...에너지고속도로는 되는걸까?
-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 현실화 불가피…'친환경의 딜레마' 마주친 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