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전기차 판매 46.7% 급증··· "캐즘 극복 이끌어"
올해 들어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서 성장률↑
BYD 1위 굳건, 테슬라는 주춤, 현대차그룹 꾸준한 상승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성장 둔화를 뜻하는 '캐즘(Chasm)'을 본격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인공지능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성장 둔화를 뜻하는 '캐즘(Chasm)'을 본격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인공지능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성장 둔화를 뜻하는 '캐즘(Chasm)'을 본격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 전기차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 저변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전기차 판매가 글로벌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캐즘 극복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1102만9000대로 전년 동기(856만2000대) 대비 28.8% 급증했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BYD, 글로벌 패권 공고화…현지화 전략 주효

브랜드별로는 중국 BYD가 219만6000대(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를 판매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BYD는 유럽(헝가리·터키)과 동남아(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선제 차단하는 동시에 상용차·초소형차 등 세그먼트 다변화로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급속한 외형 성장에 따른 부채 증가로 재무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격적 투자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eely그룹은 113만4000대(70.3% 증가)로 2위에 올랐다. 신차 'Star Wish(星愿)' 흥행과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ZEEKR, 하이브리드 전용 Galaxy, 글로벌 브랜드 LYNK & CO 등 다층 포트폴리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한 기술 내재화도 경쟁력 강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 부진 지속…모델Y·3 동반 하락

반면 테슬라는 82만9000대(13.0% 감소)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났다. 주력 모델Y가 52만9000대로 13.7% 줄어든 가운데 유럽(-26.8%), 북미(-13.5%), 중국(-6.3%) 등 주요 시장 전반에서 판매가 위축됐다. 특히 플래그십 모델S·X는 각각 62.2%, 48.8% 급감하며 고가 제품군 경쟁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은 35만4000대(10.6%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이오닉5와 EV3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캐스퍼 EV, EV5 등 신차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북미에서 9만5000대를 판매해 GM·테슬라에 이은 3위를 유지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 7월까지 전년 동기 비 46.7% 급증 ··· 신차 ·보조금 효과 뚜렷

지역별로는 한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눈부시다. 내년부터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신설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4%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가 10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전기차 신규 등록은 지난해 같은 기간(8만492대) 대비 46.7% 증가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신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구매에 대한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3일 국토교통부 등록 통계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누적 신규 등록은 11만8047대로 7개월 만에 10만 대를 넘어섰했다. 이는 KAMA가 친환경차 신규 등록 데이터를 공개한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22년 16만4324대, 2023년 16만2507대, 지난해 14만6734대로, 최근 3년 간 캐즘 여파로 매년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1~7월) 전기차 신규 등록은 작년 동기(8만492대) 대비 46.7% 큰폭 증가하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연간 20만 대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전기차 판매 실적은  1·2위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신모델이 전기차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7월까지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62.8%다. 

업체별로는 기아가 3만5018대, 현대차가 3만3663대를 기록했다. 두 회사가 최근  출시한 ‘아이오닉9’, ‘아이오닉6’, ‘EV3’, ‘PV5’ 등의 신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전기차 판매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중국 내수  증가세 지속 ···미국 '반 전기차' 정책에도 0.3% 성장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은  693만6000대(32.3% 증가)로 전체 시장의 62.9%를 점유하며 여전히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지방정부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충, CATL·BYD 등의 저가 LFP 배터리 상용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226만대(29.7% 증가)로 20.5% 점유율을 기록했고, 중국 외 아시아는 61만대(45.5% 증가)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인도 중심의 신흥국에서 1만~2만달러대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북미는 101만1000대(0.3% 증가)로 소폭 성장에 그쳤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전기차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의외로 선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최대 7500달러)이 폐지된다. 이는 예정보다 7년가량 앞당겨지는 조치다. 업계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한동안 정체하거나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 경쟁 심화…중저가 시장이 승부처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글로벌 다극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완성차 기업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가 모델 비중을 줄이고 보급형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면서, 중저가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이 향후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캐즘을 뚜렷하게 극복하고 있어 글로벌 전동화 전환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임을 확인해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각 지역별 정책 변화와 인프라 구축 속도가 시장 성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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