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킹 총력전··· 이재용·최태원·신동빈, 해외 일정 집중
구광모, AI·바이오·청정기술 집중 투자··· 기술혁신 미래 성장 열쇠
7조6000억원 조기 지급, 상생경영으로 내수 활성화 앞장

올해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의 황금연휴로 펼쳐지는 가운데 국내 재계 총수들은 전통 명절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올해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의 황금연휴로 펼쳐지는 가운데 국내 재계 총수들은 전통 명절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올해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의 황금연휴로 펼쳐지는 가운데 국내 재계 총수들은 전통 명절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국내 상법·노동법 개정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재계 총수들은 이번 추석 연휴를 단순한 휴식이 아닌 미래 전략 수립의 골든타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재용, 11년째 명절 스킨십 행보 지속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명절 해외 출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그의 명절 글로벌 현장경영은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 베트남과 인도가 가장 유력한 방문지로 꼽힌다. 이 두 지역은 삼성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신흥시장 공략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최적지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재방문 가능성도 비중 있게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현지 생산 압박과 관세 불확실성이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영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과 8월 연거푸 미국을 방문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과 인공자능(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한 바 있어 AI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추가 방문이 검토되고 있다.

이 회장의 명절 현장경영은 체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차원에서 진행돼 왔다. 지난해 추석엔 폴란드 가전공장을, 2023년엔 사우디·이스라엘·이집트 중동 3개국을 방문해 네옴시티 수주 활동을 지원했다. 2022년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법인을 찾아 중남미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매년 다른 지역을 순환하며 글로벌 사업을 총점검해 왔다.

최태원, APEC CEO 서밋 총책임자로 분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를 잊고 10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APEC CEO 서밋 준비위원장을 겸임하며 1년 가까이 이 행사를 준비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을 초청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올트먼 CEO에게 직접 초청장을 전달했으며, 젠슨 황 CEO로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샘 올트먼과 회동해 AI 반도체 기술과 통신 특화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협업 중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오픈AI 서버에 공급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5000억달러(701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HBM 공급 파트너로 참여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엔비디아, TSMC,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리더들을 잇따라 만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정의선, 외국인 CEO 체제로 글로벌 혁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택에서 북미 수출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본격화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스페인 출신 호세 무뇨스를 현대자동차 CEO로 발탁한 것이 재계에서 큰 화제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관료조직화를 타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0.6%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하이브리드 모델 강화와 전동화 전략 재정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추석에는 체코 현대차 공장을 직접 방문해 유럽 사업 현황을 점검했으며, 현대차 체코공장은 유럽연합 내 유일한 현대차 생산 거점으로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ABC 전략 심화로 7조원 투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자택에서 내년 사업계획과 연말 임원인사를 구상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ABC(AI, Bio, Clean tech)’ 전략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집중 모색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했다. 엑사원 기반 업무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은 ISO 인증을 획득해 국가핵심기술 문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높은 보안성을 확보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AI와의 융합을 통한 정밀의료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9년 2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은 직접 “난치병 정복”을 챙기며 희귀질병 원인 규명과 수명 연장을 위한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LG그룹은 ABC 사업에 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AI 사업 분야에만 5년간 총 3조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 챔피언십 통해 그룹 쇄신 가속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LPGA 롯데 챔피언십(10월 1~4일) 현장을 방문한다. 올해 대회는 통상 4월에 열렸으나 처음으로 10월에 개최되며, 신 회장은 2012년부터 매년 호스트 자격으로 참석해 왔다. 신 회장의 결정으로 올해 대회 총상금이 300만달러로 작년 대비 50% 증가했으며, 우승상금도 45만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롯데 챔피언십은 신 회장뿐만 아니라 그룹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파트너사가 모두 모이는 자리다.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롯데호텔앤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도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현재 고강도 쇄신 작업을 추진 중이며, 연말 정기인사가 롯데 챔피언십 이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하와이 일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 대규모 상생 프로그램

주요 대기업들이 추석을 맞아 실시하는 총 7조6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 조기 지급했다. 이는 내수 경기 활성화와 협력사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대표적인 상생경영 사례다. 

삼성은 추석을 앞두고 1조19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최대 12일 앞당겨 조기 지급했다. 지난해 추석 대비 32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3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이는 2011년부터 월 3~4회 주기로 시행해온 상생경영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2조228억원의 납품대금을 최대 20일 앞당겨 지급했으며, LG그룹은 9800억원을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했다.

한화그룹은 2620개 협력사에 3035억원의 거래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지급 규모는 한화오션 143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63억원, 한화시스템 357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온누리상품권 65억원어치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지급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통적인 명절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며 “이들의 정중동 리더십은 휴식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하고,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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