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금융권에 경제 성장 지원과 소비자 보호 강화 등으로 역할 확대를 주문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은 조직 개편과 인력 충원으로, 각각 ‘소비자 보호’ 강화와 ‘생산적 금융’ 지원에 나선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주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열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인적·물적 역량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거버넌스를 대폭 정비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은행은 이달 안에 ‘금융사기 예방 전담 부서’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21명을 3개 팀으로 나눠 △금융사기 관련 기획·정책 △금융사기 사전 예방·대응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 소비자 보호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범죄에 자주 악용되는 오픈뱅킹에 자금이체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오픈뱅킹 안심차단서비스’를 신속히 구축하는 한편, 금융범죄 예방 관련 고객 안내와 임직원 대상 교육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의 임기를 최소 2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이는 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받아들인 조치다. CCO는 그간 임기가 보장되지 않거나 권한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회의 모두발언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우리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우선 가치”라며, “단순한 내부통제를 넘어 그룹의 궁극적인 경영 방향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액수는 2021년 7744억원에서 2023년 4472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8545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 6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말에 1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분쟁 건수도 3년 연속 증가세다.
신한은행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전담 애자일(Agile, 민첩한)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고, 프로젝트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성장 전략이다. 첨단 소재·부품(SiC 반도체·LNG 화물창·그래핀 등) 기술 자립·개발, ‘K-브랜드’(식품·의약품·콘텐츠 등) 경쟁력 강화, 기후·에너지·미래 대응 분야의 기술 개발·확산 등이 목표다.
이에 신한은행은 전담 조직을 구성해 △프로젝트별 연구·조사 △정부 투자 유망업체 및 가치사슬(Value Chain)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 분석 및 심사지원 기능 강화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조직을 신설하는 만큼, 우선 관련 인재 확보에 들어갔다. 첨단 소재·부품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유망 기업의 신용리스크 및 등급 평가를 수행할 전문가를 뽑아, 이에 관한 투자·여신 결정 역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해 산업 성장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은행들의 경영 실적이 상당히 좋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며,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탄소중립·AI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가 은행에 중장기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우리은행, 국민연금 수탁은행 4회 연속 재선정
- ‘K-브랜드’는 세계로… ‘K-금융’은 어디에?
- ‘美관세 대응’ 금융당국·지주 맞손… 캠코, 1조 펀드 조성
- KB·우리금융, 연내 외감인 선임… 회계법인 '빅4' 수임 경쟁 '가열'
- 주요 은행들, 대출 목표 초과… 연말 ‘대출 절벽’ 우려↑
- 우리금융, MSCI ESG 평가 ‘AAA’ 획득… 3년 연속 최고 등급
- 우리은행, 기보와 기술 중기에 생산적 금융 공급 확대
- 우리금융, 3분기 누적 순익 2.8조··· 1년 전보다 5.1%↑
- 우리銀, 은행권 첫 ‘가업승계 지원’ 전담조직 신설
- 5대 금융, 생산·포용금융에 508조 ‘통큰 투자’··· 재무건전성 ‘경계’
- 신한은행, 1280억 금융주선 신재생에너지 PF ‘결실’
- 우리銀, 기후부와 1500억원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 ‘코스피 4천’ 뚫었는데… 기후·에너지株, 대부분 ‘소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