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 적용
무인잠수정·기뢰제거처리기 등 해양 무인 체계도 개발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이 디젤-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앞세워 해양 탄소중립 실현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무인수상정이 단순 임무 수행에 머물렀다면 해령은 친환경성과 미래 확장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 특히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이 오는 2034년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령이 ‘한국형 친환경 무인함정’의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한화시스템은 해령의 실증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길이 12m, 중량 14t의 해령은 디젤-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최대 40노트(약 74km/h)의 속도를 자랑한다. 20노트로 운항할 경우 12시간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 기반 무인수상정의 ‘연료 한계’를 뛰어넘었다.

해령의 동력은 국내 최초로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됐다. 디젤 엔진과 리튬배터리가 결합돼 연료 효율을 높이고, 추가 전력 확보 및 순간 가속 성능을 강화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변속기 사이에 설치돼 효율적인 동력 전달과 전기모터만을 활용한 저소음·저속 운항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령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바이오연료 등 친환경 대체연료와의 호환성까지 고려해 설계됐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바이오연료 30% 혼합유(B30)의 선박 운송을 허용하면서, 해령은 바이오연료 도입만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준비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이지만 파력 에너지 하베스팅과 수소연료전지 도입이 연구되고 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을 전기로 바꾸는 파력 하베스팅 시스템, 탄소 배출 없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체계가 해령에 적용된다면 해령은 ‘지치지 않는 유령’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무인·친환경’ 기술 융합···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해령의 경쟁력은 단순 추진체계에만 있지 않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CMS)와 자율운항, 상태기반진단체계(CBMS) 등 핵심 소프트웨어를 모두 국산화했다. CBMS는 위성 통신을 통해 무인수상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 시스템은 해상 상황에 따라 뱃머리를 돌리거나 장애물을 회피한다. 

또한 해령은 멀티빔 소나를 활용해 최대 200m 깊이, 500m 폭의 수중을 3D로 스캔해 실시간 데이터로 전송한다. 이는 해양 환경 모니터링, 해저 지형 탐사, 기뢰 탐지 등 다양한 임무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기술력이다.

해령은 가우시안 프로세스 기반 모션 플래닝(Gaussian Process-based Motion Planning) 기술을 탑재해 바다 위를 누비는 다른 선박과 예측 불가한 파도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복잡한 해양 환경에서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고, 파랑을 피하며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육상 자율주행차와는 차원이 다른, 바다만의 ‘변수’를 극복하는 기술이다.

2024 이순신방위산업전에 전시된 한화시스템의 무인수상정 ‘해령’. /사진=한화시스템
2024 이순신방위산업전에 전시된 한화시스템의 무인수상정 ‘해령’. /사진=한화시스템

친환경 무인수상정 시장 놓고 글로벌 경쟁 불가피 

글로벌 시장은 이미 친환경 무인수상정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네덜란드 RC Dock는 100% 바이오연료 하이브리드 무인수상정을 공개했고, 영국 SEA-KIT는 수소 연료전지 기반 무인선박을 시험 중이다. 한화시스템 역시 향후 수소 연료전지, 완전 전기 추진 등 차세대 친환경 동력원 적용을 위한 기술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해령은 그리스 등 해외 해군의 관심을 받으며 수출길도 모색 중이다. 복잡한 해안선과 다도해를 가진 국가에서 해령의 ‘지능형 연안 경계’ 역량이 빛을 발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무인수상정 해령이 그리스 합동참모본부 대표단 앞에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탄소중립 넘어 해양 환경 보호까지” 

해양 탄소중립은 단순한 ‘연료 교체’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효율적인 운항, AI 기반 임무 최적화, 실시간 상태 진단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돼야 한다. 해령은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해 ‘친환경 무인수상정’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또한 해령은 군사 작전뿐만이 아니라 해양 환경 보호, 자원 탐사, 해양학 연구 등 민간 분야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극한 해양 환경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해령의 기술력은 해양 산업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40년 해양 방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령을 비롯한 무인잠수정, 기뢰제거처리기 등 다양한 해양 무인체계를 개발할 방침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해령은 단순히 무인정이 아니라 미래 해양환경을 지키는 친환경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바이오연료,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동력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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