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가상자산·해운업 약진··· 롯데·농협 순위 상승
대형 M&A·신산업 성장, 재계 판도 뒤흔들다
산업별 희비··· 반도체·방산 ‘웃고’, 보험업계 ‘울상’

롯데타워 잠실 본사. /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타워 잠실 본사. /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국내 재계 순위가 대대적으로 재편됐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빅4’의 자리는 굳건했지만, 롯데가 포스코를 제치고 5위에 복귀했고, 농협은 GS를 밀어내고 9위로 올라서는 등 상위권 기업들의 순위 변화가 두드러졌다. 또한 두나무와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방산·해운업 중심의 기업집단이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신산업의 부상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전환,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재계 순위 변동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방위산업·가상자산·해운업의 약진과 대형 인수합병(M&A) 효과가 맞물리며 기존 재계 구도가 크게 흔들렸다.

롯데그룹은 자산총액이 143조3200억원으로 크게 늘며 포스코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대규모 토지자산 재평가가 주요 원인으로, 실적 개선보다는 자산 가치 상승이 순위 변동을 이끌었다. 농협도 예대마진 확대에 힘입어 자산이 늘어나며 GS를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반면 GS는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자산이 감소해 10위로 밀려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해 재계 순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산업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민감한 업종의 약진이다.

방산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를 보유한 한화와 LIG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군비 경쟁 심화에 힘입어 자산을 크게 늘렸다. 한화의 경우 방산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전체 자산 상승분의 30%를 방산 부문이 차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는 53위에서 36위로, 빗썸은 신규 진입(90위)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했다. 미국 대선 등 글로벌 이슈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이들 기업의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

해운업도 중동 분쟁에 따른 운임 상승, 환율 효과 등으로 호황을 누렸다. HMM(17위), 장금상선(32위), 자동차운반선사 유코카캐리어스(신규 지정) 등 해운업 중심 기업집단이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진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완료로 자산이 19조원 이상 늘어 12위로 도약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등 3개사 인수로 자산이 11조원 넘게 증가, 49위에서 27위로 급상승했다. 사조그룹 역시 식품 유통사 인수로 88위에 신규 진입했다. 대형 인수합병 역시 재계 순위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제외로 자산이 크게 줄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SK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7조8000억원 늘며 실적 1위에 올랐다. 반면 보험업계는 정부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자산이 줄어 DB,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가 순위 하락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재계 순위 변화는 글로벌 정세와 산업 트렌드 변화가 기업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방산·가상자산·해운업 등 신산업과 대외 변수에 민감한 업종의 부상,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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