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불법행위 의혹, 모두 무죄
"등기이사 복귀" 전망··· 국내외 위기 상황에 '광폭 대응'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범위한 경영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제공,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범위한 경영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제공,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계는 이번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광폭의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인공지능(AI) 전쟁, 트럼프2기의 출범에 따른 세계 경제의 격랑 속에서 이 회장이 발휘하는 리더십이 삼성은 물론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시법 위반 등 총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산섬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1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를 진행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 방안”이라고 판결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는 거짓회계로 보기 어렵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보고서도 조작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2심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고, 재판 출석으로 발생하던 경영 공백도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는 빠르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안건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리더십 약화 등 삼성전자의 경영 위기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기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2016년 국정농단 뇌물사건에서 시작됐으니 올해로 10년째다. 처음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회장은 무려 565일 간의 수감생활과 80여 차례의 재판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2021년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사건으로 또 다시 기소돼, 3년 5개월 동안 100차례 넘는 재판을 받았다. 

삼성의 침체는 딱 그 시기에 발생됐다. 2016년 SK하이닉스 매출은 17조원, 영업이익이 3조 2700억원 이었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매출 201조 8667억원, 영업이익 29조 2400억원 이었다. 

SK하이닉스 매출은 삼성전자 매출의 8.45%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만 13조 2000억원으로 SK하이익스 매출액의 76% 수준이었다. 

2024년 삼성전자 매출은 300조 9000억원, 역업이익 32조 7000억원 이었다. 반도체 부문인 DS부문은 111조 1000억원, 영업이익  15조 1000억원이었다. 

2024년 SK하이닉스 매출은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 4673억원이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22% 수준으로 올라갔다. 반도체 부문만 따지면 SK하이닉스 매출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60% 수준까지 올라갔다.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앞섰다. 

미국의 엔비디아도 2016년 매출은 50억달러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30분의 1 정도였다. 엔비디아 매출은 2024년 350억달러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6분이 1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지난 3일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은 1조 9000억달러(2750조원) 정도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00조원. 기업 매출은 아직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AI가속기라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엔비디아의 가치가 삼성전자의 9배나 된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둘리는 사이, 삼성전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1994년 이래 세계 1위였던 반도체도 31년 만에 선두를 내줬고, 급변하는 AI 시대에 기민한 대응도 못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능력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결국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에 뒤진 실적을 보이는 등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재계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와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든 동력을 얻게 됐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경쟁력과 AI 등 미래 사업을 위해 오너 경영인이 할 수 있는 '담대하고 결정적인' 결단을 내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의 경영복귀에 따른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등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무죄 선고는 법적 판단에 따른 결과로,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해소와 함께 등기 이사 복귀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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