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만든 사회적기업 '마마품'
초경량 휠체어 테이블, 청년용 기저귀 등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요인이 얽혀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과거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는 사회적 가치가 곧 기업의 이익과 이어진다는 사명감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인해 신체활동이 현저히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를 뇌병변 장애라고 한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의 가족은 돌봄 시간은 물론 값 비싼 보조기구 비용을 마련하느라 힘들어 한다.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엄마들이 기업을 만들어 자신들의 고민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기능성 휠체어 테이블과 청년 장애인용 기저귀를 만들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마품’이 그 주인공이다.
◇ 뇌병변 자녀를 키우며 겪은 어려움, 엄마들이 나서다

“흔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죠. 세상 어떤 일이든 어려움을 직접 겪어야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사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최은경 마마품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3명의 아들 중 막내 아들이 아동기에 불의의 사고로 중증 와상 뇌병변 장애인이 되면서 최 대표의 인생이 바뀌었다.
당시 거주 중이던 경기도에는 장애특수학교가 없어 동두천에서 서울까지 막내 아들의 등교를 시켜야했고, 5년만에 결국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돌보는 데 시간을 쏟아야 했다. 게다가 막대한 치료비와 고가의 보조기기 가격에 가정 형편은 어려워졌다.
“중증 와상 장애인들은 휠체어 외에도 신체를 고정해주는 ‘이너’라는 보조장비가 필요합니다. 당시는 건강보험이 적용이 안되다 보니 하나 맞추는데 약 550만원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너 하나로는 부족하더라구요. 집, 차량 이동용, 학교용 등 적어도 3개는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보조장비를 맞춰도 문제였다. 당시 보조장비에는 딱딱한 원목 테이블이 부착됐는데, 이 원목 테이블이 장비를 무겁게 만들었고, 낙상시 착용자를 위협하는 도구가 됐다.
이러한 문제에 주목한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여 ‘한국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한 어머니가 뇌병변 자녀를 위해 스티로폼을 깎아 만든 스티로폼 테이블이 아이디어가 됐다. 최 대표는 당시 둘째 아이가 사회적기업 육성 과정을 밟고 있었고,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화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마품이 탄생하던 순간이다. 해당 아이디어는 휠체어에 적용 가능한 초경량 테이블이 됐다. 마마품의 초경량 휠체어 테이블은 600g의 무게에 체간 지지를 통해 신체 고정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무독성 EPP 소재로 내구성과 내열성이 뛰어나며, 100% 재사용이 가능하다. 주로 헬맷이나 차량 범퍼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내충격성도 있어 낙상시에 안전장치역할까지 수행한다. 보호자를 위한 컵 홀더, 책이나 스마트폰 거치대 등 소소한 장치도 적용됐다.
최 대표는 “이너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량 테이블은 사이즈코리아, 장애보조공학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설계돼 휠체어는 물론 팔걸이 의자 등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실제 뇌병변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만든 만큼 실용성, 안전성, 경제성 모든 것을 신경 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 영유아용‧노년용 기저귀만 있던 한국, 청년 장애인을 위한 기저귀를 만들다

마마품이 관심을 가진 것은 보조기기뿐만이 아니다. 뇌병변 장애인들에게 필수인 기저귀도 만들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들은 기저귀를 평생 써야합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영유아와 노인용 기저귀는 있지만 청소년‧청년용 기저귀는 없어요. 대부분 부모들이 일본 기업이 만든 기저귀를 수입해 사용하는데 가격도 비싸고 흡수성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구요. 그래서 기저귀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집중한 마마품은 화이트산업과 함께 아동기를 지난 청소년 기저귀(소형)와 청년용 기저귀(중형)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최 대표는 “내 자녀가 사용한다는 마음으로 흡수량을 최대한 늘리고, 살에 닿는 부분은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러한 부분에 공감해주신 덕분에 기저귀 사업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케어에 집중하느라 정보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기저귀는 뇌병변장애인들에게는 필수적이라 보조기기가 돼야 하지만 소모품이라 보조금이 인정되지 않는다.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가 기저귀에 대한 환급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가적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마품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마마품이 만든 제품들이 정말 필요한 곳에 많이 전달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뇌병변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들이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