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석화·방산 ‘웃고’, 철강·자동차·반도체 ‘울고’
보편 관세 10% 적용 시··· 韓 제품 대미 수출액 연간 최대 93억달러↓
트럼프,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발표 계획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2달을 맞아, '미국발 관세전쟁' 등으로 국내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린다. 조선, 석유화학, 방위산업, 태양광 등 일부 업종은 '맑음'이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업종엔 '먹구름'이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주요 교역국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을 심화시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다시 10%를 추가로 인상하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유발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발표했으나 적용 시점을 여러 차례 연기하며 혼란을 일으켰다. 일부 품목은 유예됐지만 철강·알루미늄에는 예외 없이 관세가 부과됐다.
특히 미국은 지난 12일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263만t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었던 한국의 쿼터 기반 면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할 계획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그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을 향후 관세 조치의 잠재적 대상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임기 중 가장 큰 수혜 업종은 ‘조선’
한국의 조선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큰 수혜자로 부상했다. 미국은 선박을 수입하지 않아 관세 정책과 관련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했었다. 미국의 조선산업은 사실상 '전무'상태여서,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을 위해선 군함의 신규 건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 군함 건조 능력 1위인 한국의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또한 기존 군함들의 유지·보수·운영(MRO)에도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수주한 미국 해군의 함정 MRO 사업을 끝마쳤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USNS Wally Shirra)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를 마치고 재출항 해, 미국과의 MRO 협력에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LNG 운반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조선소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며,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군함과 쇄빙선 제조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관세 전쟁 속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 정제 및 화학 부문도 혼란 속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체제는 잠재적 상승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캐나다 원유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한국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시장 왜곡과 공급망 재조정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위 및 건설 산업은 주로 국내 시장에서 수익, 이익 및 판매의 대부분을 창출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해외 사업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노출이 최소화돼 있어 이 부문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산업 풍경에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위협에 취약한 철강·자동차·반도체 ‘사면초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와 개별 품목 관세 부과 계획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보편 관세 10%가 적용될 경우, 한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액이 연간 약 55억달러(약 7조9700억원)에서 최대 93억달러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철강 부문은 트럼프의 관세 폭풍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의 263만t 무관세 쿼터가 폐지되고 일괄 25%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철강 업체들은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3개월 만에 이미 24.6% 급락했다.
자동차 부문도 큰 충격에 빠졌다. 수출량의 49.1%가 미국 시장을 향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특히 취약하다. 현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업계 분석가들은 이 보호가 곧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한국산 자동차에 10%, 멕시코산에 25%의 보편적 관세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관세가 부과된다면 현대차의 영업이익 영향은 약 1.9조원으로 2025년 추정치의 14%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산업의 높은 의존도로 더욱 복잡해진다. 각 차량은 약 1t의 철강과 250kg의 알루미늄을 필요로 하는데 투입 비용이 관세로 인해 상승함에 따라 수익 마진은 양쪽에서 압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대량의 완성된 소비자 제품을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는 않지만, 매출의 40~60%가 미국 고객에게 가는 높은 간접 노출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적자를 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생산을 확대해야 할 경우 더 가파른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생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압력에 대응해 미국 제조 발자국을 빠르게 확장한 대만의 TSMC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특히 관세 정책과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가능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7%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관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미국 텍사스와 인디애나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며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 폐지를 추진하면서 보조금 지급이 불확실해졌다. 이에 따라 막대한 투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미중 전략 경쟁 격화로 인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 중 약 20%가 중국에서 발생하며,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국산 제품에 집중될 경우, 한국산 반도체와 기계류는 대체재로 부상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산업은 대미 수출액이 약 2.2%에서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관세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협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360조원대 무역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에서 FTA를 활용한 방어책 마련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발표 예정일인 다음 달 2일이 돼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새로운 무역 환경에 장기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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