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EP '기술 수준 평가' 결과 발표
메모리 시장 마저 흔들… 업계 "골든 타임 놓치지 말아야"

미국, 중국 등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의해 위기에 빠진 한국 반도체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중국 등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의해 위기에 빠진 한국 반도체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미국은 물론 중국, 대만,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주요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조사가 나왔다. 심지어 전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고 불렸던 메모리 기술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는 주요국들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고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투자를 펼쳐온 결과란 평가다. 이에 우리나라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은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의 첫 번째 주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자료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2024 반도체 기술 수준평가' 결과.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2024 반도체 기술 수준평가' 결과.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번 보고서에는 ‘2022년 기술수준 평가’에 참여한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메모리·패키징·인공지능(AI) 반도체·고성능 센싱·전력반도체 등 5개 분야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초 역량은 메모리 3위, 패키징 4위, AI 반도체 3위, 고성능 센싱 5위, 전력 반도체 5위로 나타났다.

2022년 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분야 5개 기술 중 메모리, 첨단패키징 기술은 2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과 고성능 센서 분야는 4위, 전력반도체 기술은 5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모든 분야가 하향 조정된 셈이다.

2022년 8월 반도체법(CHIPS Act)을 시행하며 자국의 반도체 연구 개발·제조 분야에 총 527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원을 약속한 미국은 2022년 기술수준 평가에 이어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충격적인 점은 국내 반도체 기술 수준이 하향되는 사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올라오면서, 패키징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중국 반도체 기술이 국내 반도체 기술 수준을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 점이다.

2022년 기술수준 평가 당시 메모리 3위, 패키징 4위, AI 반도체 2위, 고성능 센싱 5위, 전력반도체 기술 4위 수준이던 중국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메모리 2위, 패키징 4위, AI 반도체 2위, 고성능 센싱 4위, 전력 반도체 4위로 대부분 반등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자 반도체 자급자족률 70%를 목표로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 등 반도체 산업 투자기금 3기를 조성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에 3440억 위안(약 65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지원과 내수 시장을 활용해 중국 반도체 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모든 기술 분야에서 기초역량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며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메모리 기술에서도 중국이 기초역량 부분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은 미국이 기초역량 및 사업화 모두에서 1위, 중국은 기초역량, 대만은 사업화 부문에서 2위, 한국은 기초역량 및 사업화 모두에서 3위에 위치한다”며 “전력 반도체, 센서 분야는 비교 대상국에 비해 기초역량, 사업화 모두 낮은 수준”이라며 차세대 반도체 먹거리 분야에서 기초역량이 크게 뒤처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술 수준에 영향을 미칠 미래 5대 이슈로 ▲핵심 인력 유출 ▲AI 반도체 기술 ▲미중 견제 ▲자국중심 정책 ▲각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 등을 꼽았다. 이중 AI 반도체 기술만 국내 반도체 기술 수준 상승에 대한 이슈로 꼽혔으며, 나머지는 국내 기술 하강 우려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KISTEP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본과 중국의 부상,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해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하며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력 확보, 시스템 반도체 분야 생태계 확대, 핵심인재 양성 및 기존 인재 유출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 역시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슈에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글로벌 흐름에 맞는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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