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헷갈리는 사람 없겠지, 배우는 박희순, 개그맨은 박휘순. 박희순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게 누구였든 간에 누군가와 그게 혼동되는 게 싫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소름 돋을 만큼 캐릭터를 내면화해서 연기하는 명배우가 그에 걸맞은 인지도와 배역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아쉬움이자 섭섭함이었다.
박희순이라는 배우에게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건 영화 ‘세븐 데이즈’(2007‧감독 원신연‧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영화사윤앤준)였다. 포스터는 김윤진 주연의 영화라고 말했지만 박희순의 작품이었다. 흔히 배우가 관객의 뇌리 속에 들어올 때 짧지만 굵은 연기로 눈도장을 찍는데, 박희순 그냥 ‘쾅’이었다. 진짜 형사를 출연시킨 게 아닐까, 전직 형사였을까,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자연스레 하는 내가 있었다. ‘와, 잘하네’가 아니라 이런 배우를 모르며 기자로 밥벌이를 한다는 게 부끄러웠다. ‘세븐 데이즈’의 김성열이 그보다 앞서 세상에 나온 영화 ‘남극일기’(2005‧감독 임필성‧제작 ㈜싸이더스픽처스픽쳐스,미로비젼)의 이영민과 같은 배우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에 생각이 닿자 소름이 돋았다.
두꺼운 책의 첫 페이지에서 끝 페이지까지 같은 위치에 굵은 점 하나씩을 찍고 주르륵 넘겨 본 일이 있는가. 아무리 빨리 넘겨도, 다른 웬만한 건 그 속도에 형체를 잃는 가운데,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점. 원신연 감독의 손에 의해 3800컷의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세븐 데이즈’에서 흔들림없이 명징하게 존재감을 발산하는 박희순. 10년이 다 돼 가지만 그 충격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그 뒤 영화 ‘바보’ ‘헨젤과 그레텔’ ‘작전’ ‘우리집에 왜 왔니’ ‘10억’ ‘맨발의 꿈’ ‘의뢰인’ ‘간기남’ ‘용의자’를 볼 때는 누군지 알고 주목해 봤다. 여러 작품에서 집중력 강한 감정, 특유의 카리스마로 영화에 색채를 더하는 팔색조 연기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깊이 와 닿은 연기는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의 재문, 밀도 높은 감정의 응집과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가비'의 고종이 좋았다.
아니, 작품의 전체 만듦새가 부족해 박희순과 진구의 연기력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던 ‘혈투’ 말고는 모든 영화가 좋았다. 박희순을 안방에서 볼 수 있어 기대가 컸던 ‘내 연애의 모든 것’은 팬심(fan心) 차원에서, ‘왜, 우리 박 배우가 짝사랑이어야 해’라는 시기와 질투의 마음에 비추어 만족감이 부족한 드라마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2008‧감독 신동일‧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 이 영화는 주인공 모두에게 고도의 심리연기를 요구한다. 캐릭터의 내면화, 그냥 그 인물이 되는 박희순에게 제격이고 그의 날개가 활짝 펴지는 작품이었다. 신혼의 재문, 아내보다 친구에게 시간과 마음을 할애한 대가는 혹독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와 하나뿐인 아내,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욕망의 최고점과 인간성의 바닥에 직면하는 재문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가 배우 박희순에 의해 이미지와 되어 스크린 위에 투사된다.
27일 아침, 믿음 가는 배우가 인생 대사 결혼과 관련하여 아름다운 선택을 한 소식이 하루의 시작을 밝게 했다. 박희순이 동료배우 박예진과의 5년 열애를 조졸한 언약식과 혼인신고로 가름하며 부부라는 이름으로 세상 앞에 다시 섰다.
두 사람이 열한 살의 나이 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제를 시작했다고 했을 때, 어디까지나 시어머니 같은 팬심의 관점에서, 박예진이 다시 보였다. 뛰어난 미모에 빼어난 몸매만 알고 있다가 마치 박예진의 심성과 남자 보는 가치관을 엿보기라도 한 양 반가웠고 더 예뻐 보였다. 그런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해 내렸을 ‘하나 됨의 형식’, 빼버린 거추장스러움만큼 거부한 화려함만큼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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