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 기다리면 된다…종영의 두려움 알게 한 결방의 아픔 “이제 끝”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환경TV뉴스] 홍종선 기자 = ‘응답하라, 여주의 신랑’. 드라마 제목을 바꿔도 될 듯하다. ‘응답하라, 198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숨은그림찾기처럼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근데 참 희한한 게 ‘손이 가요, 손이 가’ 깡 과자도 아니고, 보기 좋게 또 당했다. 아이디어가 그렇게 없어? 하는 마음은 저 멀리 가고, 드라마 장면 장면을 볼 때마다 ‘택이인가 봐’ ‘정환이네’ 머리 굴리는 내가 여기에 있다.

여주인공의 미래 신랑 맞추기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통이자 역사가 됐고, 시청자도 즐기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의 눈에 띄는 주장 몇 가지.

“신랑은 정환이에요. 역대 남편들이 다 웃통을 벗었어요, 정환이도 벗었어요”. 오! 꽤 설득력 있다, 진짜 정환이려나.

“택이도 벗었어요, . 택이가 남편이에요”. 아! 그랬지, 택이려나.

“여주인공이 봐야 해요” “봤어요, 비록 단추를 잠그고 있었지만”. 알게 되면 재미가 사라질 걸 알면서도, 누가 딱 정리해서 덕선의 미래 남편은 ○○입니다, 알려주면 좋겠다.

아직은 드라마에 제시된 증거가 미약하다. 덕선이(혜리)와 어깨를 감싸 사진을 찍은 사람이 남편이지만 정환이(류준열)와 택이(박보검) 둘 다 그랬다. 정환이와는 이문세 콘서트장 로비에서, 택이와는 바둑대회가 열린 중국 호텔 로비에서 ‘작업’을 완수했다. 어깨에 손 올린 사진이 언제 찍힌 것인지를 남편은 알고 있을 거라는 듯 묻는 미래의 덕선 모습에서, ‘남편이 머리가 좋구나’라는 힌트를 준 것 같지만 무용지물, 천재 바둑청년 택이도 전교 1,2등을 다투는 정환도 그 정도 머리는 될 듯하다. 사진 아래 촬영날짜가 찍힌 걸 찾아내는 모습에서, 생활에서는 둔재인 택이는 아닌가 싶지만 주도면밀한 성격이니 그 또한 변별력이 떨어진다. 미래 남편은 덕선이가 선후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까지의 방송분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SW(선후)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사연을 보낸 엽서를 본 정환이가 신랑인가 싶지만, 향후 제작진이 택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을 추가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다.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아, 모르겠다. 누군지는 나만 모를 뿐,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일 터. 누구인가를 따지기보다 신랑 후보들의 매력을 분석해 취향대로 누구 하나를 응원하는 게 낫겠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덕선의 매력부터 얘기해 볼까.

성동일의 딸, 여주인공 덕선 역에 혜리가 낙점됐음이 보도됐을 때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다. 걸그룹 걸스데이가 대세이고, 군대 예능에서 사랑스럽고 복스러운 매력을 뽐낸 게 사실이라 해도 연기력 검증된 바 없는 초보를 우리의 응답하라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세운다는 사실에 적잖이 걱정이 일었다. 시리즈 1편에서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잘했다고 또 걸그룹이야, 너무 안일한 캐스팅 아니야?

웬열(드라마 속 인기 대사처럼), 너무 잘한다. 혜리를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가수라는 걸 모를 정도로 맛있게 연기한다. 소박하지만 너무 없어 보이지 않게, 털털하지만 못 말리게 여성스럽게, 혜리의 연기가 곧 덕선의 캐릭터가 됐다. 과장하여 연기하는데 혜리의 사랑스러움이 보태져 밉지 않다. 가수 그만두고 연기해야겠어, 찬사를 보내며 덕선을 본다.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류준열은 또 어떤가. 여주인공 신랑감 후보로 대중적 인지도 너무 떨어지는 건 아닌가, 후덕해진 고경표를 비롯해 여성 시청자의 눈을 정화시킬 꽃미남 배우가 안 보이네, 아쉬웠던 게 사실. 지금은? 일명 ‘안구정화’를 위해 정환이를 기다린다, 카메라감독께서 그 잘생긴 옆모습 한 번 잡아 주길 고대한다.

변심과 반전의 결과는 류준열의 호연이 만들었다. 신인인데 조급함이 없다, 뽐내지 않고 묵직하게 연기한다. 덕분에 엄마 라미란, 아빠 김성균도 모자라 정봉이 형(안재홍 분)까지 도드라지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무게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덕선을 보이지 않게 챙기는 자상함, 무뚝뚝함에도 숨겨지지 않는 따뜻함이 류준열의 외모를 더욱 반짝이게 한다.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박보검의 남다른 눈빛을 기억해 온 이들이 많을 것이다. ‘각시탈’이나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 ‘끝까지 간다’나 ‘명량’ 같은 영화에서 선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눈빛으로 인사를 건넸다면,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그 고운 얼굴로 차가운 연쇄살인마의 동공을 연기했고 영화 ‘차이나타운’에서는 어떤 고난에 닥쳐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의 눈빛으로 인물의 처참함을 배가시켰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바둑 천재와 생활 둔재를 오가는 최택을 실감나게 연기 중이다. 택이에게는 많은 대사가 필요치 않다. 눈빛만으로 대국에 임하는 진지함과 상상할 수 없는 긴장과 피로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반달로 변하는 눈매와 치켜 올라가는 입꼬리에 덕선을 향한 호감이 담긴다. 특별한 눈빛을 지닌 박보검이기에 가능하다.

얘기할수록 얼른 보고 싶다. ‘응답하라 1988’ 없이 보낸 지난 주말, ‘응팔’ 없이는 못 보낼 것 같았는데 그래도 시간은 갔다. 이제 3일만 지나면 볼 수 있다. 3일만 있으면 덕선의 미래 남편 실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종영의 두려움을 알게 한 결방의 아픔, 3일만 기다리자.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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