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회, 5년의 시간 속에 '해피엔딩' 차분히 시작

출처=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응답하라 1988’의 시계가 급물살을 탔다. 16화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1989년 봄을 알리던 달력이 1994년 가을로 훌쩍 넘어갔다. 5년의 흐름 속에 제작진은 ‘종영’을 차분히 준비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해피엔딩을 시작했다. 선우엄마(김선영)와 택이아빠(최무성)는 사람이 오갈만큼만 담벼락을 허물고 살림을 합했다. 선우(고경표)는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연세대 의대에 합격해 엄마를 울렸고 택이(박보검)는 승승장구 속에 ‘최택 9단’이 되었다.

정봉이형(안재홍)은 미옥(이민지)이 미국으로 떠난 슬픔을 절간에서의 공부로 달래 성균관대 법학과에 합격했고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던 정환이는 공사에 합격했다. 두 아들을 한꺼번에 대학에 보내며 큰 시름 떨친 라미란 김성균 부부는 다시 신혼이 된 듯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교습하며 까르르 웃음 넘치는 ‘포카리스웨트 CF’를 찍었다.

성동일 이일화의 ‘개 딸’ 두 명도 출세했다. 보라(류혜영)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는데 정권이 바뀌어 운동권 검거 이력에도 불구하고 검사와 판사 임용을 꿈꾸게 됐고 덕선이(혜리)는 재수를 거치고 미모를 살려 스튜어디스가 됐다. 전국노래자랑 수상에 빛나는 막내아들 노을(최성원)이는 꿈을 이뤄 밴드 하는 가수가 됐다. 명예퇴직 칼바람 속에서도 성동일은 한일은행에서 아직 건재하고 빚도 다 갚았겠다, 두 딸이 벌겠다, 이일화는 적금 착착 부어가며 반지하 탈출을 현실로 만드는 맛에 만면에 미소 가득이다. 걱정거리라는 게 다섯 식구 함께 모여 밥 먹을 날 적은 것이니 반지하에 해 떴다.

동룡이(이동휘)는 덕선이와 대입 재수를 했지만 형과 음식점 창업으로 진로를 선택했다. 치질로 피는 봤지만, 덕분에 무섭기만 했던 ‘학생주임’ 아버지(류대명)와 바쁘기만 했던 ‘조 부장’ 어머니(유지수)의 사랑을 확인했다.

자녀들의 진학과 직업, 가정을 안정시킨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은 종영을 2회 차 남겨 놓은 시점에서도 한 가지는 해결하지 못했고, 한 가지를 새로이 던졌다.

새로이 던진 건 3개월 치 달력을 넘겨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라미란의 행동이다. 설마 둘째 아들이 1971년생인데 1994년에 잉태라도 한다는 것인가. 새 생명의 탄생으로 드라마를 훈훈하게 마마무리하는 그 흔한 전철을 따라? 아니면 많은 등장인물이 다치고 입원하고 수술했던 ‘종합병원’의 이력을 한 번 더 추가할 것인가?

선우와 보라의 재회가 이뤄져 행복한 결말을 예고하면서도, 해결을 보지 않은 건 당연히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가의 문제다. 시청자는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파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파로 나뉘어 심각한데, 제작진은 17, 18회에 동안 그저 몇 가지 증거를 흘렸다.

보는 이의 희망에 따라 택이다, 정환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단 택이는 ‘기권패’라는 사상초유의 선택을 하며 덕선을 향한 절실함과 의지를 드러냈다. 덕선이 혼자 떨고 있던 이승환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정환 역시 달려갔지만 한 발 늦었다. “운명은 타이밍”이라며 때를 못 맞춘 자신을 탓하며 그대로 포기하나 싶었더니, 문제는 한없이 주저했던 자신의 망설임이었다고 원인을 적시한 뒤 사랑을 고백했다. 물론 동룡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식의, 깜짝 ‘낚시 연기’ 같은 고백이었지만 시청자는 한없이 설렜다.

과연 덕선이 마음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할까. 제작진은 17, 18회에 유독, 과거시점으로 돌아가 그 후속 스토리를 보여 주는 편집기법을 여러 차례 구사했다. 마치 19, 20회에서 택이와의 이승환 콘서트 그 후, 정환이와의 깜짝 고백 후의 이야기를 보여 주겠노라 예고하듯이 말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한 명의 시청자로서, 현재 시점에 제시된 증거들로 추측해 보자면, 택이가 유리하다. 덕선이는 정환이가 고백하기 전 문이 열릴 때마다 입구 쪽을 돌아봤다, 택이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정환이가 고백하며 건넨 공사 졸업반지를 테이블 뒤에 두고 일어섰다.

하지만 역전의 가능성도 있다. 택이와의 콘서트 그 후를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고, 정환이 고백할 때 덕선의 표정을 제작진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정환이 고백한, 오랜 시간 사랑을 느끼고 행복했던 순간은 덕선 자신의 순간과 일치한다. 설사 발을 다친 자신을 안고 뛴 택이, 딱지 맞은 데이트의 초라한 순간을 따뜻하게 채워 준 택이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해도 되살아온 사랑의 추억은 현재의 감정에 균열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해 보면 택이가 남편일 듯하다. 어른 택이(김주혁)의 18회 연기가 유난히 ‘택이스러웠고’, 인터뷰 중이던 어른 덕선(이미연)이 굳이 남편을 위해 아래층에 다녀오는 수고를 더하며 커피를 챙기는 모습이 사랑을 넘어 생활형 둔재 택이에 무게를 더했다.

개인적으로 분명 ‘어남류’ 쪽이었는데, 어쩌다 ‘어남택’이 되어 가고 있을까. “저는 괜찮은데 남편에게 미안해서요”라는 어른 덕선의 말은 무슨 뜻일까. 누리꾼이 지은 ‘어남류’가 ‘어남정’이 아닌 이유는 정환이와 정봉이의 ‘정’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언이었을까. 덕선의 남편이 캐릭터 택이가 될 수는 있어도 배우 류준열일 수는 없잖은가.

모든 것은 이번 주말이면 밝혀진다, 종영까지 2회, 그런데 왜 궁금증이 풀리리라는 기대보다 이제 다시는 덕선이와 정환이 택이, 보라와 선우, 정봉이형과 동룡이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이 이다지도 큰 것일까, 응답하라 1988.

[환경TV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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