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주의 원칙에 기반한 전기요금 정책
탄소중립 위한 전기요금과 기후환경 요금

한국전력공사는 7월 전기요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린다고 27일 밝혔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전력공사는 7월 전기요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린다고 27일 밝혔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연료비 급등에 따른 영향을 일부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준수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 따르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적기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주요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면 추가로 전기요금을 부담할 의향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7월 전기요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린다고 27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분기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를 월평균 307kWh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다음 달부터 1,535원 늘어난다.

한전에 따르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석탄과 LNG 등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kWh당 33.6원으로 산정되었다. 한전은 3분기 실적연료비가 기준연료비 338.87원/kg(46.6원/kWh)보다 72% 상승한 582.90원/kg(80.2원/kWh)으로 산정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연료비는 요금 개정 월 기준 최근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이며, 실적연료비는 적용 월 기준 최근 3개월간 평균 연료비를 말한다.

◇ 원가주의 원칙에 기반한 전기요금 정책

주요 연구기관들은 원가주의 원칙에 기반한 전기요금 정책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23일 열린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개토론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당시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 향상의 출발점은 가격 기능의 정상화”라며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과 기후환경정책 이행 비용을 적기에 반영해 최종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환경단체들도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230개 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사용량을 줄이거나 효율화를 통해서 수요를 낮춰야 하고 그래야만 소비자 스스로 힘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위대한 시민의식이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고 국제적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 방안은 전기요금의 합리적 인상뿐이며, 소비 규모에 따라 요금을 정당하게 지불하는 정직한 전력 요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는 7월 전기요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린다고 27일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전력공사는 7월 전기요금부터 적용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올린다고 27일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탄소중립 실현 위해 전기요금 추가 부담 의향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까지 추가로 낼 의향이 있을까?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9월까지 탄소중립시민회의 참여시민단 약 5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4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까지 추가로 부담할 의향 있는지’에 대해 ‘월 5천 원 이내’를 추가로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35.4%로 가장 많았고, ‘월 1만 원 이내’ 31.6%, ‘월 2만 원 이내’가 14.3%였다.

한국환경연구원도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일반 국민 1,600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일반국민·전문가 인식조사’를 수행했다. 현행 전기요금 대비 추가로 수용 가능한 전기요금 수준에 대해 일반 국민의 경우 ‘5천 원 이하’가 54.3%로 가장 많았고, ‘5천 원 초과~1만 원 이하’로 답한 비율은 33%였다. ‘1만 원 초과~1만5천 원 이하’와 ‘1만 5천 원 초과’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0.5%와 2.2%에 불과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과는 다르게 ‘1만 5천 원 초과’라고 답한 비율이 41%로 가장 많았다. ‘5천 원 초과~1만 원 이하’가 28%, ‘1만 원 초과~1만5천 원 이하’는 23%, ‘5천 원 이하’로 답한 비율이 10%로 가장 적었다. 환경연구원은 “전문가가 일반 국민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불가피한 전기요금 상승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 탄소중립 위한 전기요금과 기후환경 요금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항목에 추가된 기후환경 요금은 기후환경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자 도입되었다. 전력량 요금에 포함되어 있던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ETS(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비용을 별도로 구분하고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더하여 기존 전력량 요금과 분리했다. 

현재 기후환경 요금은 kWh당 7.2원이다. 다음 달부터 인상되는 연료비 조정단가(5원/kWh)를 적용해 월평균 전기를 307kWh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계산하면 약 44,000원이 나온다. 전체 전기요금에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에 따른 1,535원과 기존 기후환경 요금 2,210원이 포함돼 있다. 

전체 전기요금에서 인상된 연료비 조정요금과 현재 기후환경 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5%와 5%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을 위해 일반 가정이 한 달 전기요금에서 현재 부담하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한국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한전이 공개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10월 발표한 OECD 회원국의 전기요금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103.9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170.1달러/MWh)에 크게 못 미쳤다. OECD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61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도 MWh당 94.3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107.3달러/MWh)보다 낮았다.

smkwo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