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다섯 달째 전년 동원 대비 3% 상승
전기요금과 휴대전화 요금 중 물가에 미치는 영향인 큰 것은?
전기요금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올해 들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월간 SMP는 kWh당 197.32원으로 지난해 2월 75.44원 대비 2.6배 급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올해 들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월간 SMP는 kWh당 197.32원으로 지난해 2월 75.44원 대비 2.6배 급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전기요금도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한국전력의 올해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소비자물가, 다섯 달째 전년 동원 대비 3% 상승

2월 소비자물가가 3.7% 상승해 다섯 달째 전년 동월 대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지난달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보였다.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보인 이후 약 10년 만이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등 공업제품이 1년 전보다 5.2% 올랐다.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19.4%)가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6% 올랐는데, 돼지고기(12.4%), 수입쇠고기(26.7%)가 오른 반면 파(-59.8%), 사과(-20.0%) 등은 내렸다.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9% 올랐는데, 전기요금(5.0%)과 상수도요금(4.1%)이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 서비스가 4.3%, 공공서비스가 0.9%, 집세가 2.1% 오르면서 3.1% 올랐다.

향후 물가 오름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와 곡물가가 상승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요금도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급상승하면서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의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확정 및 발표가 잠정 연기된 상태다. 

발표 시점이 연기된 것에 대해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대선 공약을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 우려가 있어 부처 간 협의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전기요금 개정(안)의 이사회 의결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신청을 의뢰하면 산업부장관이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에 결정된다.

◇ 전기요금과 휴대전화 요금 중 물가에 미치는 영향인 큰 것은?

그렇다면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2017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1% 인상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0.017%p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전세와 월세 가격이 1% 인상되면 소비자물가는 각각 0.049%p와 0.045%p 오르고 휴대전화 요금(0.036%p)과 휘발유 가격(0.023%p) 등이 전기요금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근로자가구(2인 이상)의 총 소비지출 약 325만원 중 전기요금은 4만 3,659원으로 1.3%를 차지했다. 전기요금은 다른 항목들인 통신비 17만 3,773원(5.9%), 교통비 7만 8,740원(2.4%), 연료비 5만 3,698원(1.7%)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주택용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행에서는 전기요금이 1% 인상될 경우 생산자물가는 0.031%p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2019년 전체 제조업의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65%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비금속(3.79%)과 1차금속(3.31%)의 원가 중 전기요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컸고, 전자통신(1.64%)과 석유정제(1.05%), 자동차(0.78%)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소비자물가 가중치 상위품목(한국전력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물가 가중치 상위품목(한국전력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요금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반면에 한전으로 대표되는 국내 전력산업은 어떨까. 한전은 한전자회사와 기타 발전회사들이 생산한 전기를 구매해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지난해에 석탄(유연탄)과 천연가스, 유류의 연료비 단가가 크게 상승했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는 지난해 1월에 kWh당 44.47원에서 올해 3월에는 90.7원까지 상승했다. 천연가스 단가는 같은 기간 70.46원에서 184.15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고, 유류 단가도 139.94원에서 313.23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도 올해 들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월간 SMP는 kWh당 197.32원으로 지난해 2월 75.44원 대비 2.6배 급증했다. 

전기요금에 원가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음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5조 8,601억원 발생했고, 올해는 영업적자 규모가 20조원 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이 물가뿐만 아니라 국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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