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결과 공개
‘미세먼지 가득한 세상 어떤 느낌과 비슷한지’ 조사

폭염의 기세가 전국을 뒤덮었던 여름도 어느덧 끝이 보인다. 낮에는 여전히 더위와 싸워야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곧 가을이 올 것이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즐거워야 할 이 시점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단독으로 입수한 공주대학교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5회에 걸쳐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대하는 관점’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그래픽 최진모 기자)
미세먼지에 둘러싸였을 때 느낌. (그래픽 최진모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미세먼지가 심해졌을 때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겠지만 국민 절반 이상이 ‘전염병에 둘러싸여 있는 것(58.5%)’ 같은 느낌이거나 ‘안개 속에서 괴물이 다가오는 것(55.8%)’ 같은 느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주대학교가 공개한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에서 ‘미세먼지가 가득한 세상을 볼 때 어떤 느낌과 비슷한지(2개 선택)’를 고르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선택지의 보기를 고른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평소에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대하는 관점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번 인식조사에는 앞서 언급한 선택지 보기 외에 △갈림길 앞에 섰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종잡을 수 없는 느낌(36.0%) △뒷산의 불이 빠르게 마을로 번져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는 느낌(18.9%) △물에 빠진 나를 누군가 계속 눌러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15.8%) △비가 계속 와서 조금씩 물에 잠기는 집에 남겨져 있는 느낌(12.9%) 등이 있다.

특히 선택지 보기 외 ‘기타의견’을 살펴보면 △지옥 △쓰레기로 가득 찬 중국의 환경정책이 현 정부의 뒷목을 잡고 흔들고 있는 느낌 △ 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시기에 주저되는 느낌 △숨을 쉴 때마다 독극물을 삼키는 느낌 등 선택지에 제시된 보기 못지않은 심각한 느낌을 국민들이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응답자들의 선택 결과를 통해 우리는 미세먼지의 불안감이나 답답함이 어떤 느낌인지를 유추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손닿을 듯 멀지 않은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나 손에 잡히지는 않고 나는 그런 위험에 대응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이 결과는 미세먼지가 산불, 홍수, 물에 잠김 등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위험과는 다르게 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각 보기 선택 기준 ‘천차만별’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또 다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미세먼지를 중국발이라고 생각하는 그룹(이하 중국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이하 국내발 그룹)’에 비해 ‘물에 빠진 나를 누군가 계속 눌러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이라는 보기를 더 적게 선택(각각 12.5%, 22.9%)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발 그룹’이 ‘국내발 그룹’에 비해 ‘비가 계속 와서 조금씩 물에 잠기는 집에 남겨져 있는 느낌’이라는 보기를 더 적게 선택(각각 11.2%, 16.6%)했다. 이밖에 ‘뿌연 안개 너머에서 알 수 없는 괴물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라는 보기는 ‘중국발 그룹’이 ‘국내발 그룹’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선택(각각 60.8%, 44.9%)했다.

보고서는 “중국발 그룹은 중국을 미세먼지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괴물로 인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각 보기를 선택하는 기준은 연령, 정치성향, 성별 등에 의해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성과 속초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며 “만약 산불이 발생한 직후에 조사를 했다면 순위는 또 달라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다양한 설문항목이 담겨 있으며 이 설문항목을 활용해 5회에 걸쳐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대하는 관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그 중 이번 설문항목은 미세먼지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다소 추상적 감정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조사를 통해 지역, 성별, 연령별, 정치성향에 따른 미세먼지 인식차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재영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공동연구원들이 ㈜리서치뱅크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다.

song@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