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결과 공개
‘안전안내문자 받았을 때 느낌’ 4개 그룹 구분·분석

폭염의 기세가 전국을 뒤덮었던 여름도 어느덧 끝이 보인다. 낮에는 여전히 더위와 싸워야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곧 가을이 올 것이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즐거워야 할 이 시점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단독으로 입수한 공주대학교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5회에 걸쳐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대하는 관점’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받았을 때 느낌. (그래픽 최진모 기자)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받았을 때 느낌. (그래픽 최진모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가 창궐하면 정부 또는 지자체가 국민들에게 ‘안전안내문자(이하 안내문자)’를 발송한다. 보통 지진, 태풍, 폭염, 산불 등의 대형 재난이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 발송되는 이 ‘문자서비스’는 이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도 활동을 시작한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정부 등의 이 친절(?)한 재난정보 공유에 국민들은 감동을 받고 대비를 하는 게 보통의 모습일 것 같지만 미세먼지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공주대학교가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이하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3.4%는 최근 한 달(조사기간 기준)간 안내문자를 1번 이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과반수(55.0%)는 안내문자를 1~5번 정도 받았다고 기억하고 있었으며 특히 10번 이상 받았다는 응답자는 15.3%로 조사됐다.

1번도 받지 않았다는 응답자도 6.6% 정도 있었는데 안내문자는 일반적으로 수신거부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아이폰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수신거부를 설정하거나 그 기간 중 외국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3개 선택)’를 고르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안내문자를 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를 선택한 경우가 무려 64.2%나 됐다.

이번 인식조사에는 앞서 언급한 선택지 보기 외에 △나와 가족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63.3%) △정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33.8%)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 우울하고 절망감이 든다(28.7%) △정부가 위험에 대해 미리 경고와 안내를 해주어서 고맙고 든든하다(20.4%)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든다(18.9%) 등이 있다.

이밖에도 △안내문자를 자주 받아서 관심도 별로 없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18.3%) △아이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물려주고 보호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18.2%) △차량 2부제 등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 지침을 보면 당혹스럽다(14.4%) 등이 있다.

아울러 10번 이상 안내문자를 받았다는 응답자 중에서 ‘분노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21.6%)은 분노감을 선택하지 않은 응답자(12.1%)의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자주 받을수록 분노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인식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위험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미세먼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이나 답답함이 분노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전안내문자를 받았을 때의 감정들 사이의 상관관계. (자료 공주대학교 제공)
안전안내문자를 받았을 때 감정들 사이의 상관관계. (자료 공주대학교 제공)

◇ 미안함, 죄책감과 연결시 부정적 감정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응답결과를 전체적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1그룹은 답답함과 불안감을 선택한 60% 이상이 해당한다. 제2그룹은 분노감과 우울감을 선택한 약 30%의 그룹이며 제3그룹은 고마움과 안도감을 선택한 약 20%의 그룹이다. 마지막으로 제4그룹은 무관심, 미안함, 당혹감 등을 선택한 그룹이다.

보고서는 “불안감이나 답답함을 느낀 이들 중 상당수가 분노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며 “이는 답답함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의 상당수가 차후 어떤 계기를 만나면 분노감으로 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응답자의 약 1/5은 고마움 또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은 고마움, 안도감, 미안함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미안함은 죄책감과 연결될 때 부정적인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노감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할 때 그 해결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향해 밖으로 표출되는 감정이지만, 그런 분노감으로도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 않을 때는 무기력감을 동반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내부를 향하게 되는데 이때 우울감까지 느끼는 것으로 보고서는 해석하고 있다.

또한 무관심은 분노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우울감마저 지나게 될 때 이제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고 벗어나고 싶다는 감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보고 있다. 동시에 무관심은 악화된 상황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받고 분노감을 느낀 사람은 불안감, 답답함을 함께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답답함과 불안감을 함께 느낀 사람도 매우 많았고 다음으로 안도감과 고마움을 함께 느낀 사람이나 답답함과 고마움을 함께 느낀 사람도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 연령, 성별에 따라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미세먼지 안내문자 발송 빈도가 높았던 수도권·충청권의 응답자가 분노감과 답답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젊을수록 분노감을 더 크게 느낀 반면, 나이가 많을수록 미안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안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무관심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남성이 더 많았다.

보고서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이라고 생각하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미안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이유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뭔가 나라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위험이나 위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재영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공동연구원들이 ㈜리서치뱅크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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