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발생원”
"미세먼지 문제,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발생원”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06.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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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공동으로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개최
국민·전문가 패널 참여 정책 제안으로 이어지는 생방송 대토론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방송 장면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방송 장면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지에 대한 날씨를 주로 확인했다면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어떤지를 먼저 확인한다. 월급의 1/3을 마스크 구매 비용으로 지출해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숨 쉴 때마다 건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마스크는 패션 아이템이 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국민이 모두 모여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이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9일 오후 3시에서 5시까지 KBS와 함께 ‘新(신)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생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국민 입장에서 미세먼지 해법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신 만민공동회는 지난 4월 29일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발표한 국민소통과 참여에 기반한 의제 발굴 및 공론화의 첫 단계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도출하고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 만민공동회에는 지난 1일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참여단을 비롯한 일반 시민, 택시 기사, 정비업 종사자, 교사, 자영업자 등 약 300여명이 국민 패널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KBS 윤인구·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했으며 전문가 패널로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또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참석해 국민 의견을 함께 경청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장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장면

반기문 위원장은 토론에 앞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일을 할수록 책임감이 더 커진다”며 “미세먼지 전문가는 아니지만 10년 동안 UN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열정을 가지고 다룬 문제가 기후변화협정이었고 오랜 협상 끝에 파리 기후협정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반 위원장은 이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현상은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기후변화협상을 이끌어 갈 때 세계의 각 지도자들과 산업계 대표들,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들과 토의 등을 하면서 협상을 이끌었던 경험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 위원장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는 ‘초국경적인 성질’이 있다. 중국 탓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접국인 중국 등의 영향을 받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과 협조를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2013~2018년 미세먼지 40% 이상을 절감하는 등 분명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저감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6개국과도 모두 협조해야 한다.

조명래 장관은 “지난 3월 고농도 미세먼지 수치가 일주일 이상 지속돼 당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 토론을 통해 나온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획기적인 미세먼지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지만 미세먼지 문제를 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역사가 깊지 않고 심지어 미세먼지 정책은 2016년에 처음 나왔고 2017년 본격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방송 장면
조명래 환경부 장관. ‘新 만민공동회, 미세먼지 해법을 말하다’ 토론회 방송 장면

◇전문가와 국민패널 ‘열띤 토론’ 진행

여름철의 경우 공기 순환이 매우 빠르고 강수량도 많아 미세먼지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해안과 산간지역은 오히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토론회에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폭염이 시작되면 강한 햇볕 때문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화학작용이 빠르게 촉진되는데, 전날 배출된 미세먼지가 순환되지 않고 오히려 다음날 더 심해질 수 있다”며 “폭염이 시작되면 해안, 산간지역은 미세먼지 수치가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면 자연적인 현상 변화도 미세먼지 문제를 유발하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어 “1990년대 이후 대기환경이 개선되다가 최근 3~4년 동안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 있는데, 중국 등 ‘주변국의 문제’, 경유차 등 ‘국내 배출 문제’, 그리고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피해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에서 기업체들 170여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80%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2% 정도의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지만 ‘10% 이상의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기업도 40%나 됐다.

김도훈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전제로 “미세먼지 문제가 환경의 문제, 오염을 해결하는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우선 미세먼지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계가 에너지를 덜 쓰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저감 장치를 갖춰야 하는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시민, 택시기사, 정비업 종사자, 교사, 자영업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국민 패널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택시기사인 김영환씨는 “택시업을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났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운행하다 보면 앞 유리에 미세먼지가 쌓이는 게 보일 정도고 심지어 그런 날은 손님도 별로 없다”며 “주로 인천에서 운행하고 서구에서 거주하다 보니 주변에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들이 많아 사실 집값 떨어지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 보다 수명이 단축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직장인 김하울씨도 “요즘은 거의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월급의 1/3 정도가 마스크 비용으로 나갈 정도”라며 “과거 1달 정도 병원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적이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 환자들이 유독 많아졌던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고등학생인 서수현양은 “어렸을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는데 최근 비염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학교 끝나고 즐겨먹던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못 먹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학생다우면서도 현실적인 불만을 이야기해 참석자들의 씁쓸한 웃음을 이끌어 냈다.

이에 하은희 이화여자대학교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며 “하지만 착용을 적절하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특히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임신 말기 분들은 마스크 때문에 두통이나 호흡기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이어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됐을 때는 물을 많이 마시고 항산화제를 보충하기 위해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며 “사실 미세먼지 많은 날 거리음식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 발전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동안 환경과 안전 가치를 외면한 측면이 분명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 모두 피해자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이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만 하면 미세먼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상당 부분 피해자지만 또 모두가 미세먼지 발생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어 “전 세계 전기차 50%가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만 봐도 중국 탓만 하긴 쉽지 않다”며 “우리도 파격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해야만 중국과도 협조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동시에 원래 가해자보다 피해를 받는 쪽이 협상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원인, 국제협력의 필요성 및 방법, 국민생활 주변 미세먼지 대책과 향후 과제 등 주요 이슈가 다뤄졌다.

또한 국민 여론조사결과 소개와 국민 패널의 다양한 목소리 청취, 국민정책참여단 현장 질문과 전문가 토론 등으로 진행됐으며 베이징 특파원을 연결해 과거와 현재의 중국 상황과 협력사례 확인, 국민정책참여단이 작성한 대자보와 외국의 극복사례 시청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정책대안을 도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신 만민공동회에서 논의된 미세먼지 주요 이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회의 분석·검토, 정부·지자체·산업계 협의체의 의견수렴, 국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의제로 확정된다.

패널들의 토론을 경청한 반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각 분야에 계신 분들이 말씀해 주시는 의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문제 해법 도출을 위해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와 국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미세먼지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오는 9월 중 심의를 거쳐 최종 의견을 정부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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