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디지털 전환과 점포 축소 탓에 주기적인 조직 재편이 필요해지면서, 연말·연초 정례행사처럼 굳어진 모양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까지 만 40~56세,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만 56세 직원에게는 평균 임금의 28개월 치, 그 외 직원에게는 20개월 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농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22년 49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72명, 2024년 391명으로, 올 연말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역시 내달 초부터 노사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4대 은행은 수년간 연말·연초에 희망퇴직을 시행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일반+특수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1조1000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조8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일반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 누적 순이익이 14조1000억원, 특수은행(산업·수출입·중소기업·농협은행 등)이 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배경으로 ‘디지털 전환’과 이에 따른 ‘영업점 축소’가 지목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총 점포 수는 2008년 말 7500여 개에서 지난해 말 5645개로 쪼그라들었다. 시중은행 영업점 수는 6월 말 3055개로, 1년 전(3191개)보다 136개(약 4.3%) 감소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의 디지털화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부터 3년여간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직접 방문이 가능한 오프라인 지점 수를 빠른 속도로 줄여왔다”라며 “이는 수요 감소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불가피하게 비용 효율성을 추구해야만 하는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권이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도입·운영하면서 점포 감소 폭은 줄었으나 은행들이 출장소를 늘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유지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지점은 꾸준히 줄이면서 여전히 점포 수는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역피라미드’형 인적 구조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기적인 대규모 희망·명예퇴직에도 은행권은 다른 금융 업권에 비해 장기 근속자(10년 이상 근속)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 직원들의 연령대는 20대가 11.2%를 차지하는 반면, 50대 이상이 22.7%로 두 배를 넘는다.

최근에는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확대 흐름에 더해,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창구 도입이 속도를 내면서 인력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계속 줄어드는 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고령화나 AI 도입도 한몫한다”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일정 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도 이날까지 만 40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일반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은 1969년생인 만 56세를 기준으로 퇴직 당시 월 평균임금에 28개월을 곱해 산정한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의 경우 평균 월급의 20개월 치를 받는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존 인력 조정과 함께, 신입 직원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상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1185명을 선발했다. 이는 지난해 1320명보다 10%가량 줄어든 규모다. 2년 전(2023년 1880명)보다는 약 3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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