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개선으로 하반기 실적 호조 예상 연간 적자 최소화 기대
SAF·액침냉각유 등 신사업 투입 여력 확보해 "사업전환 골든타임"

정유업계가 올 4분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맞이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정유업계가 올 4분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맞이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정유업계가 올 4분기 대폭 개선된 정제마진과 계절적 수요 확대에 힘입어 잇따라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정유사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항공유(SAF)·액침냉각유 등 미래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맞았다는 평가다.

◇ 정제마진 개선 정유사 수익성 회복 견인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노후 정제설비 폐쇄와 가동 차질이 겹치며 정제마진이 배럴당 13~14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손익분기점(5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정유 4사의 실적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등 생산비를 뺀 값으로,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평가 받는다. 최근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석유 제품 생산 비용은 감소하는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향후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OPEC+의  원유 생산량 증산 추진과 내년 공급 증가 전망이 겹치며 생산 비용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제마진 강세 배경은 겨울철 난방유·항공유 수요가 몰리는 계절적 성수기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겨울철은 난방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통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성수기로, 국내외 석유제품 출하량과 가격도 함께 상승하면서 4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노후 설비 폐쇄 및 가동차질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석유제품 중 경유의 핵심 공급국인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타격을 입고, 미국 주요 정제설비의 화재·폐쇄 이슈까지 겹치면서 정제마진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3087억원, 에쓰오일은 2915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고환율과 전반적 수요 둔화를 고려할 때 연간 기준으로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분기 4사 합산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겼던 만큼, 단기 실적 개선만으로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 SAF·액침냉각유 등 미래 전환의 총알로 활용해야

업계는 이번 정제마진 회복이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미래 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이미 정유사들은 SAF와 액침냉각유를 핵심 저탄소·디지털 전환 사업으로 지목하고 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하반기 연이은 흑자가 정유사의 현금흐름과 재무여력을 개선해, 단기 배당·차입 상환뿐 아니라 중장기 성장사업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글로벌 SAF 시장은 현재의 30배인 67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기존 제트 연료 생산·유통망을 활용해 바이오 기반 SAF를 혼합·공급할 수 있어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일본도 SAF 의무 사용과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어 SAF 전용 생산라인·공급망·원료 체인 구축에 선제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분석이다.

윤활기유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비전도성 특수 냉각유인 액침냉각유는 AI 데이터센터·ESS·전기차 배터리 등 고발열 산업에서 필수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액침냉각 도입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33%, 2026년에는 40%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액침냉각유 시장 역시 연 20% 이상 성장해 2030년 수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활유·액침냉각유는 유가·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정유사의 실적 변동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회복은 정유사들이 SAF·액침냉각유 같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총알'을 마련해 주고 있다"며 "단순 실적 방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유에서 종합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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