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등 15종 메모리에 탄소저감·탄소발자국 인증
삼성전자 DS부문, 공정가스 처리시설 확대·재생에너지 도입 등 친환경↑
제품 설계부터 공정·유통까지 친환경 설계… 저탄소 산업 구조 구현 노력

기술력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친환경 부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친환경 부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글로벌 AI 반도체 선두주자 SK하이닉스가 환경 책임까지 국제 인증으로 입증하며 '기술과 친환경의 동시 달성' 모델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도 공정 혁신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며 반도체 업계의 친환경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주력 제품 15종에 대해 글로벌 탄소 인증을 획득하며 반도체 산업의 친환경 기준을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는 5일 영국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HBM 4종, D램 7종, 낸드 및 저장장치 4종 등 총 15개 제품에 대해 '탄소저감(Carbon Reducing)' 및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 SK하이닉스, 제품 탄소발자국 인증으로 환경성과 입증

4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진행된 카본트러스트 인증서 수여식에서  카본트러스트 휴 존스(Hugh Jones) 인증 총괄(우)로 부터 인증서를 받고 있는 이병기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4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진행된 카본트러스트 인증서 수여식에서 카본트러스트 휴 존스(Hugh Jones) 인증 총괄(우)로 부터 인증서를 받고 있는 이병기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발표 따르면, 이번에 탄소저감 인증을 받은 HBM 제품 4종(16 GB HBM2E 8단, 16 GB HBM3 8단, 24 GB HBM3E 8단, 36 GB HBM3E 12단)은 HBM4·HBM5세대 제품 중 업계 최초로 인증을 획득한 사례다. 또한 D램 제품 7종도 탄소 저감 인증을, 낸드 및 저장장치 제품 4종은 탄소발자국 인증을 획득했다.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생산과정에서 대규모 전력 소비가 불가피해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들은 이러한 오명을 지우기 위한 탄소저감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이번 SK하이닉스 제품의 탄소저감 인증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탄소 저감 인증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전년 동급 제품 대비 실질적인 감축 성과가 검증된 제품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탄소발자국 인증은 제품의 원료 채취, 생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정량화해 공개한 제품에 부여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AI 시장을 이끄는 메모리 기술력에 더해 환경적 우수성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됐다”며 “성능과 환경성 모두에서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는 제품으로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도 LPDDR5, DDR5, cSSD 등 제품군에서 인증을 확대해온 바 있으며, 앞으로도 제품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서 공정·에너지 전환으로 감축 가속

공정가스 처리시설 도입,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반도체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공정가스 처리시설 도입,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반도체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의 친환경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삼성전자의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98%를 차지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329만 tCO₂-eq으로 이중 DS부문이 차지한 비중이 97.6%로 조사됐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023년부터 공정가스 처리시설(RCS)을 신규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신규 공정가스 처리시설 16대를 4개 라인동에 추가 설치해 처리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56%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전체 에너지의 93.4%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RE100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제조공정별 전 과정평가(LCA) 및 제품별 탄소발자국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글로벌 제3자 검증까지 완료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529.1만 톤(EPEAT 기준 F-GHG), 2024년 406.3만 톤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DS부문은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용수를 절감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전 사업장에서 하천 모니터링과 보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업장 주변 자연/생태계 전반에 대한 현황과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평가하는 ‘DS 영향권 생태현황 구축 과제’를 기흥, 화성 사업장을 시작으로 진행하고 있다.

◇ 친환경 경쟁력, 반도체 산업 지형 바꾼다

양사의 이러한 노력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단순히 성능이나 수율만을 내세우는 시대를 넘어 친환경이라는 추가 경쟁 요소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제품 단위 인증과 삼성전자의 공정·에너지 전환은 이 흐름을 가리킨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글로벌 검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점은 투명성을 확보한 친환경 전략으로 주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과 감축 실적은 단순 이미지 제고를 넘어 글로벌 고객사 및 투자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필수요건이 됐다”며 “제품 설계 단계부터 공정, 유통,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이 앞으로 생존과 성장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 사 모두 향후에는 탄소 저감만이 아니라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감축과 순환경제 구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Scope 1·2 넷제로를 목표를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도 탄소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제품·공정·설비 전반에서 감축 로드맵을 운영 중이다.

기업이 친환경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당장은 비용 부담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 및 규제 대응 측면에서는 오히려 비용절감과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흐름이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나노 단위 미세공정과 막대한 전력소모로 친환경 전환이 쉽지 않은 산업"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기업들의 경우 압축도·고집적·저전력이라는 기술 방향과 친환경 설계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형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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