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100 수단 중 가장 저렴…온실가스 감축 기여 못하고 있어
기업이 재생에너지 설비 추가 투자 직접 나설 수 있는 제도 필요

 

국내 주요기업들이 K-RE100 이행을 위해 사용하는 녹색 프리미엄이 그린워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주요기업들이 K-RE100 이행을 위해 사용하는 녹색 프리미엄이 그린워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한국전력의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확보하며 한국형 RE100(K-RE100)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프리미엄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그린워싱' 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저렴한 K-RE100 수단 녹색 프리미엄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K-RE100에 참여 등록한 기업은 올해 8월 말 기준 967곳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2021년 제도 시행후 38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을 확보했다.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을 두고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한 녹색프리미엄을 주로 택해왔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존 전기요금에 일정 금액을 추가 납부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받는 방식이다. 추가 요금은 한전을 통해 에너지공단에 출연돼 재생에너지 재투자에 활용된다. 기업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절차가 간단해 녹색프리미엄을 택하며 ESG 인증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 전력을 녹색프리미엄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포스코와 SK는 이를 ESG 보고서에 반영해 '탄소저감 효과'를 홍보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도 국내 공장 운영 시 녹색프리미엄을 결제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였다고 보고했으며, LG화학의 경우 ESG활동 데이터로 녹색프리미엄을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포함했다.

다른 수단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량 불명확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녹색프리미엄이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전력은 이미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은 전기다. 그럼에도 기업이 이를 다시 구매해 감축 효과를 주장하면 동일한 전력을 두 번 감축한 중복 계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온실가스 산정 기준(GHG 프로토콜)은 '이중 계산'을 금지하고 있으며, 감축량 인증서는 단 한 번만 발급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녹색프리미엄에는 배출량 감소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스코프2(Scope 2) 지침에서는 재생에너지 구매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지만, 녹색프리미엄은 REC 활용 여부 등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거래제나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에 글로벌 기준을 따르는 해외 기업 및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녹색프리미엄은 RE100 기술 기준을 충족하며, 클라이밋 그룹과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이행 수단"이라며 "수출 중심 제조업의 부담을 고려할 때, 가격이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인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재생에너지 구매방법 사용해야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포스코와 SK를 녹색프리미엄 납부만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그린워싱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단체는 "녹색프리미엄이 실제 재생에너지 생산을 유도하지 않고, 납부금의 사용처도 불투명해 탄소감축 효과가 사실상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ESG 평가 점수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지만, 유럽 수출 기업의 경우 CBAM 적용 시 아무런 실효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실제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새로 짓거나 공급을 확충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탄소중립을 향한 진정한 전환을 위해서는 직접 PPA 체결, REC 구매, 자가발전 설비 투자 등 실질적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이 다른 수단을 선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이 실질적인 감축 이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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