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신규 원전 건설 실현 어려워 재생에너지 우선 보급"
원전업계 "신규 건설 막히면 장기적 원전 생태계 붕괴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발언을 두고 원전업계와 환경단체 간 의견 대립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 내에서도 부처별로 의견 차이가 커, 관련 정책 및 전력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전 짓는데 15년…재생에너지가 더 현실적
이 대통령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전을 짓자고 하는데 기본적인 맹점이 있다"며 "원전을 짓는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원전을 짓기)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며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원전을 30기 넘게 짓는 건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면서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하고, 짓고 있는 것은 잘 지어야 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신중한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원전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선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히면서 원전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해당 내용에 대해 정부가 탈탄소를 강조하며 우선 빠르게 석탄과 LNG 비중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내에서도 정책 방향 혼선…부처 간 논의 이어질 듯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원전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정확한 방향을 잡기 위한 부처 간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설치에 대해 공론화를 갖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 및 소형모듈원전(SMR) 추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신규 원전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 당장은 신규 원전과 SMR이 필요한 게 아니지만 11차 전기본은 2035년 이후 전력 수요를 대비한 것"이라며 "전력 수요와 에너지믹스 필요성을 고려하면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결국 신규 원전을 건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부 장관으로서 에너지 가격, 안정적 전력 공급 측면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후 업계 내에서도 의견 분분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원전 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한수원 노조 등은 "대통령이 말한 15년이 아니라 실제로는 7~8년이면 충분하다"고 맞서며, "신한울 3·4호기 외에는 국내 새 공사가 없고 신규 건설이 막히면 장기적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 원전 신설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태양광은 낮에만 생산이 가능하고 날씨로 인한 변동성이 크지만 원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관련 협단체는 원전 부지를 설치할 곳이 없다는 것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 관련 정책 업무를 수행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및 환경단체 등은 탈탄소 및 온실가스 감축 등의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이미 옥상태양광 같이 건물이나 유휴부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원전은 사고 위험성 및 안전 등을 고려해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 기간 역시 부지 확보 및 인허가 과정 등을 고려해야 하며 과거와 다르게 안전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는 5년 내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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