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약 현실화··· 해수부 이전과 연계한 ‘해양수도’ 전략 본격화
정부·부산상의 경제효과 힘 실리고, 직원·노조 반발은 변수로
5년간 11조2000억 효과··· 핵심 인력, 서울 생활 기반 이탈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연내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HMM 본사 이전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연내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HMM 본사 이전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연내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HMM 본사 이전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정부 지분 76.86% 보유로 정책적 결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11조2000억원 경제효과 분석이 이전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 저하 우려가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MM 본사 이전의 성공 여부는 한국 해운업의 미래 경쟁력과 부산의 글로벌 해운허브 도약이라는 더 큰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해운업 생태계 전체의 혁신을 요구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18일 정치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HMM 본사 이전이 대선 공약에서 현실적 정책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HMM 지분 구조를 보면 산업은행(36.02%),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국민연금(5.17%) 등 정부 기관이 76.86%를 보유하고 있어 정부 의지만 있다면 이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경제효과 분석은 이전 논의에 결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5년간 전국 기준 11조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2만 13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예상된다. 부산 지역만으로도 7조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만600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HMM이 부산에 50층 규모의 지능형 신사옥을 건설할 경우 추가로 생산유발효과 1조3000억원과 4570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2025년 12월 내 완료될 예정인 상황에서 HMM 본사 이전은 더욱 현실적인 정책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수는 이미 부산 동구 IM빌딩과 협성타워를 이전 청사로 확정하고 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예산 확보와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본사 이전 최대 변수··· 노조 반발·인력 이동 복잡성

HMM 내부 노동조합 간 입장 차이가 이전 추진 과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육상노조(약 900명)는 본사 이전을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폭력”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졸속 이전 추진 시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해상노조(약 600명)는 부산 이전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상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민주당 선대위 산하 ‘해운기업본사유치단’ 공동단장을 맡은 것도 이러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인력 이동의 복잡성도 현실적 제약 요인이다. HMM 본사 직원 중 90% 이상이 서울 거주자로, 부산 이전 시 대규모 인력 이동이 불가피하다. 결혼, 육아, 교육, 배우자 직장 등 개인적 생활 기반을 고려할 때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비즈니스 환경의 구조적 한계도 우려 요인이다. HMM의 주요 고객사와 금융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부산 이전 시 업무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실시간 의사결정이 중요한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로 인한 소통 지연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천공항과의 접근성 문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해외 바이어와 파트너사 관계자들의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산 이전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가 비즈니스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 /사진=HMM

비즈니스 환경·수도권 중심 구조에 대한 우려

글로벌 해운사들의 본사 입지 전략을 분석하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MSC는 스위스 제네바에, 2위 머스크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모두 내륙 지역으로, 항만과의 물리적 거리보다는 금융 허브 기능과 비즈니스 환경을 우선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시아 해운사들은 다른 패턴을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우 항만과 해운 클러스터가 함께 발달하면서 해운 허브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HMM 본사 이전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해운 생태계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정부와 지역 경제계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글로벌 해운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으며, 각종 행정특례와 세제 혜택, 이전 비용 및 연구개발 지원, 특별 해양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단계적 이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단계로 운항 관리 부서를 먼저 이전하고, 2단계로 영업 및 마케팅 부서, 3단계로 본사 기능을 완전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점진적 접근은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타협적 해결책으로 평가된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HMM은 국민 혈세와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재건된 대표 해운선사”라며 “해운산업 집적화의 일환으로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 회장(물류학박사)은 “해수부와 HMM의 부산 이전이 지역 경제에 수십 배의 효과를 낸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그 산출 근거는 불투명하며, 과거의 수요 예측과 경제적 유발효과 수치 대부분이 실제와 큰 차이가 있었음을 간과하고 있다”며 “핵심 인력의 일방적 이전 추진으로 인한 조직 내 불안, 구성원 개인의 삶의 질 저하, 가족 해체 우려 등 사회적 비용도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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