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액체로 변환하는 핵심 장비 ‘센스포’ 자체 개발
액화장비 기당 2~4조원 호가··· FLNG 건조 비용의 35%
수주계약 체결 없어···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검증·협상 필요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액화장비 개발에 성공하면서 조선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심 기자재 국산화의 새 장을 열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까지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체로 변환하는 핵심 장비인 ‘센스포(SENSE IV)’를 자체 개발에 성공해 현재 이탈리아 모 에너지기업과 향후 발주할 FLNG에 센스포를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센스포는 천연가스를 연간 200만t가량 액화할 수 있다. 기존 장비보다 전력 소모량이 최대 14% 적고, 장비 크기가 작은 가스 팽창 방식을 채택해 좁은 FLNG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액화장비는 기당 2~4조원에 이르는 FLNG 건조 비용의 35%를 차지하는 핵심 기자재다. 국내 조선사들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미국 하니웰 같은 해외 업체 제품을 사용해 왔다.
국내 조선업계는 그동안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핵심 기자재 분야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 화물창 기술에 대해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인 GTT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으며 LNG선 한 척당 약 100억원에 달한다.
과거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 화물창 기술인 KC-1을 개발했으나, 첫 적용 과정에서 결함 및 소송 문제로 상용화에 실패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KCS와 솔리더스라는 독자 화물창 기술을 개발했으나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기술적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첫 수주가 관건, 상용화 성공 시 파급효과 클 것
삼성중공업이 센스포 기술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21년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검증된 미국 기자재만 찾는 관행 때문에 그동안 납품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이탈리아 에너지기업과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삼성중공업은 FLNG 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FLNG 시장에서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중국 위슨조선소가 액화장비를 내재화할 기술이 없고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신규 수주도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의 센스포 수주 성공 시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는 핵심 기자재 국산화는 조선업계 숙원 사업이고, 한 번 납품이 성사되면 다른 에너지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이 센스포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가성비가 미국 하니웰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고 향후 도입할 FLNG에 센스포 장착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실제 수주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으며,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검증과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안정성 때문에 검증된 미국 장비 위주로 썼지만,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LNG 개발 붐에 따라 FLNG 건조 수요가 늘자 에너지 기업들이 가성비가 좋은 삼성 액화장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LNG 수요 증가… 상용화 성공 위해 수주 필요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3796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하며 올해 첫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 수주잔고는 총 84척, 191억 달러(약 27조7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LNG 수요 증가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FLNG 건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의 액화장비 국산화는 시장의 흐름에 맞춘 타이밍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 성공을 위해서는 첫 수주가 관건이며, 이는 다른 에너지 기업들에 검증된 사례로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센스포 외에도 LNG운반선에 필요한 연료 공급 시스템인 에스퓨가스와 재기화 시스템인 에스리가스 등 다양한 핵심 기자재를 개발해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선업계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독자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한국 조선업이 단순 건조를 넘어 핵심 기술까지 장악하는 진정한 ‘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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