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은 시장 규모가 중요, 공공의 적극적 역할 필요"
"해상풍력특별법으로 큰 시장 기대... 풍력 외길 유니슨 앞장선다"

박원서 유니슨 대표가 6일 경기 과천 유니슨 본사 사무실 입구에 걸린 국내최대용량 해상플랫폼 U210-10MW 사진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익훈 전문기자
박원서 유니슨 대표가 6일 경기 과천 유니슨 본사 사무실 입구에 걸린 국내최대용량 해상플랫폼 U210-10MW 사진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익훈 전문기자

해상풍력특별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해상풍력 개발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해상풍력단지 개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해상풍력 규모를 2030년까지 14.3GW(기가와트)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15년 간 100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이  소식을 가장 반기는 기업이 하나 있다. 국내 단 둘 뿐인 풍력터빈 생산 기업의 하나인 유니슨이다. 유니슨은 2005년 국내 최초 산업용 풍력단지 '경북영덕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한 이후 20년 동안 오로지 풍력 외길을 걸어왔다. 

유니슨은 최근 국내 최대 용량 터빈인 '10MW(메가와트)'급 대형 해상풍력터빈 'U210'을 개발, 설계 인증을 받았다. 풍력기술로 '국내 최초'의 기록을 연이어 써내려 가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한국 풍력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박원서 유니슨 대표와 6일 경기 과천 유니슨 본사에서 만나, 유니슨과 한국 풍력시장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 설계 인증 받은 해상풍력터빈 'U210'은 어떤 제품인가요?

"U210엔 기어박스가 들어가지 않고 영구자석으로 터빈이 돌아가는 '기어리스'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U210은 고장률이 낮고 수명이 30년이나 됩니다. 일반적인 풍력터빈 수명이 20~25년 정도인데, 우리 터빈을 설치한 사업자는 외산보다 최소 5년에서 10년을 더 상업운전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특히 국내 해상 환경에 적합하도록 최대 초속 70m의 강풍을 견디도록 설계했습니다. 일부 기능이 고장 날 때도 터빈의 정지 시간을 최소화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상풍력과 육상풍력 기술적으로 다른가요?

"해상풍력기의 크기가 더 큽니다. 그런데 터빈의 작동 원리나 기술 등 주요 구성으로 따지면 해상터빈은 육상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육상 풍력을 만들던 회사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해상풍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품의 크기가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그런 제품을 만들기위해선, 큰 투자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유니슨은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 이래 20년 동안 풍력외길을 걸었습니다. 한국에 열릴 거대한 해상풍력시장과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먼 바다로 갈수록 바람의 세기가 좋습니다. 또한 한국은 조선 및 선박 관련 기술이 발전한 나라라서, 풍력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로도 부유식 기술을 개발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만 부유식 풍력은 아직 실증 경험이 많지 않고 초기 단계라서 기술 표준화가 되지 않고 위험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먼 바다에서 고장날 경우 거기에 가서 수리하는 것도 문제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안정성이 보장될 때까지 살펴봐야할 것으로 봅니다."

박원서 유니슨 대표(오른쪽)가 신경훈 그린포스트 편집인(왼쪽)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신익훈 전문기자
박원서 유니슨 대표(오른쪽)가 신경훈 그린포스트 편집인(왼쪽)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신익훈 전문기자

한국의 풍속이 약해서 풍력발전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풍속은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상위 40% 수준에 있습니다. 소위 '중풍속' 으로 간주됩니다. 풍속은 유럽이 셉니다. 하지만 유럽에 비해 풍속이 약하다는 것이 사업적으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닙니다. 풍속이 약하면 풍력 타워를 높이거나 날개 직경을 키워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그 지역 풍속에 알맞는 터빈을 개발하면 됩니다. 우리 풍속에 적합한 풍력터빈을 개발하면, 전 세계 우리나라와 풍속이 비슷한 나라에  수출도 가능합니다."

풍력과 AI등 다른 기술과의 결합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공지능(AI)과의 결합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바람의 변동 상황에 맞춰 풍력발전의 감속기를 제어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판단으로는 효과적으로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과 기온, 습도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기상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키고, 풍력발전기를 제어하게 하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머지 않아 풍력발전기에 AI 접목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또한 AI에게 기계 장치의 진동 주파수를 학습시키면 기계의 결함을 조기에 파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 풍력시장의 성장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1년에 40GW(기가와트) 수준의 풍력단지를 설치하고 있지만 국내는 20년 동안 설치한 풍력단지가 2GW 정도에 불과합니다. 풍력산업계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유니슨 같은 기업은 중국에 비해 굉장히 불리한 상황을 헤쳐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어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인허가 간소화와 주민수용성 관련 갈등이 줄어들면, 해상풍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가 (공공트랙) 입찰 시장을 열고 시장 참여를 장려하는 등 국내 풍력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래 한국 풍력시장의 개화를 위한 공공의 역할에 대해 더욱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풍력산업은 후발주자입니다. 풍력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이 무얼까요?

"국내 풍력시장은 유럽에 비하면 많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결국은 기술의 문제 보다는 시장의 규모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합니다. 풍력발전은 전세계적으로 어느정도 기술 표준이 완성된 시장이라고 보고 있어요. 결국 내수 시장을 키우는게 국내 풍력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키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성이 풍부하고 성장 전망이 밝으면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터빈 기술력을 갖추고 큰 시장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부품 회사들도 같이 성장하게됩니다. 정부가 풍력 참여 기업들이 '트랙 레코드'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풍력업체가 해결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보증 관련 문제입니다. 국산터빈의 경우 아직까지 장기간에 걸친 가동 실적 데이타가 부족하다보니 보험료율 산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내 개별 보증기관이 이것을 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정책 패키지 안에 보증에 대한 지원을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 모펀드를 출자해서 보증하는 식입니다."

<박원서 유니슨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레네테크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 본부장, 대우조선해양 풍력 영업그룹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유니슨 입사 후 풍력업계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풍력사업본부 상무 및 전무를 거쳐 2023년 4월부터 유니슨 대표에 취임했다.

대담=신경훈 편집인

정리=진경남 기자·신익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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