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금융 진출, 은행의 경계 허물고 금융거래 패러다임 변화 몰고 와

“20년 전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될 것이며 그래야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5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해 은행의 빠른 디지털화를 요구했고, ‘AI뱅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스트코로나 속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은행의 AI생존법과 CEO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파이낸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파이낸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포털로만 만나던 네이버의 금융진출은 은행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금융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금융거래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몰고 왔다. 하나의 검색창에서 간편결제·송금까지 가능해지면서 소비를 위해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통장을 통해 적립금을 충전하고, 네이버페이를 통해 연결된 계좌로 즉시송금이 가능해진 데다, 향후 네이버가 독자적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한 중금리대출까지 시행하면 은행의 여신영업 업무까지 넘보게 된다. 

수신기능이 없을 뿐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금융거래는 지원하면서 포스트 은행으로 성장하고 있어 네이버가 제시한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의 청사진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선전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9.7% 증가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다. 네이버는 2015년 네이버페이를 시작으로 금융업의 포문을 열고, 작년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킨 뒤 올해 ‘네이버통장’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하며 ‘빅테크’ 공룡으로 성장했다. 빅테크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하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출범한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이나, 네이버의 고객데이터와 소상공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세대 데이터기반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막강한 네이버의 데이터와 정보를 네이버통장과 멤버십플러스 등으로 금융과 접목시키며 초개인화 마케팅인 맞춤형 금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빅테크공룡 네이버, 통장부터 멤버십 플러스로 눈도장

먼저 미래에셋대우를 필두로 기존 금융사와 협력 하에 수신기능 등의 약점을 보완한 서비스로 눈도장을 찍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 5일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형식의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CMA는 종합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금전을 어음 및 채무증서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상품이다. 

네이버통장은 다른 CMA 통장과 같이 수시 입출금과 이체·결제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연계 시 추가 포인트와 이자를 제공해 차별화를 뒀다. 전월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100만원 이내),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 수익률을 제공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통장은 출시 약 100일만에 44만명의 가입자를 모았으며, 이 중 골드 등급 회원은 22만명을 확보했다. 절반의 가입자가 네이버통장을 애용하는 ‘진성 고객’인 셈이다. 

또 네이버는 6월부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선보여 네이버통장과 시너지효과를 냈다. 네이버플러스는 이용자들이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며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료 회원 서비스다. 예컨대 월 4900원을 내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웹툰·음악·음악 등의 다양한 서비스 중 원하는 4개 분야를 누릴 수 있다. 네이버멤버십 회원이 네이버페이로 쇼핑을 이용할 경우 매달 구매금액에 따라 최대 5%까지 추가적립을 제공하고 통장과 연계해 추가혜택을 제공한다.

◇자체 시스템 기반 대출부터 보험까지 ‘영토확장’ 박차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와 통장 등에 그치지 않고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중·소상공인을 위한 대출과 보험 등으로 영업 무대를 적극 넓혀나가고 있다.

먼저 올해 안에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에 입점된 소상공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해 소상공인 중금리대출을 선보인다. 

지난 7월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하반기 중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중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를 위해 자체적인 ACSS(대안신용평가시스템)를 구축하고 있다. 매출, 세금, 매장 크기 등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 금융권과 달리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매출 흐름과 고객 신뢰도 등을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적용해 전년 매출이나 매장이 없는 판매자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플랫폼내 빅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앞세워 신 중금리대출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ACSS 구축을 총괄하는 데이터랩 김유원 박사는 “금융 정보가 거의 없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이들의 신용 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대안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이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신용평가회사(CB)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판매자들의 실시간 매출 흐름을 더하고, 네이버의 최신 머신러닝 알고리즘, AI,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네이버파이낸셜만의 ACSS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대출 상품은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가 대상으로, 현재 네이버에 입점된 스마트스토어는 35만개다. 이들 중 연 1억원 이상의 안정적 매출을 기록하는 우량 판매자도 2만6000명에 달한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미 대출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네이버는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보험과 증권 등으로 영토를 확장해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해 초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통장,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향후 증권, 보험, 대출 등으로 확장해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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