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기업금융 전문가, “씨티만의 차별함으로 승부할 것”

20년 전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될 것이며 그래야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5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해 은행의 빠른 디지털화를 요구했고, ‘AI뱅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스트코로나 속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은행의 AI생존법과 CEO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유리천장을 깨고 민간은행 최초의 여성 행장에 오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보여줄 ‘디지털 씨티은행’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분야에서 디지털 금융에 주력해온 씨티은행의 디지털 혁신이 30년 경력의 전문가 유 행장의 차별화 전략과 맞물려 강화된다.

지난 27일 한국씨티은행은 유명순 전 기업금융그룹장 겸 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유 행장은 다음날 취임식에서 “우리가 가진 특화된 차별점을 극대화해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면서 “색깔 없이 다른 은행들과 똑같은 전략으로 경쟁해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략은 특화된 차별화로, 오직 씨티만의 특별한 금융서비스로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이 추진해온 디지털 금융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기업금융 △자산관리 서비스 △안전한 디지털 금융 등의 분야를 중점 양성한다.

◇유명순표 디지털혁신, ‘디지털 프로젝트’ 추진으로 첫발

먼저는 기업금융 전산 개선과 모바일뱅킹 업그레이드 등 대규모 디지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필요한 투자를 확대한다.

씨티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유명순표 차별화 전략과 맞물려 탄력을 받게 됐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점포수를 줄이고 자산관리 중심의 디지털 금융을 강화해왔다.

지난 2017년 씨티은행은 디지털 금융거래 강화를 위해 소매금융을 줄이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늘리며 대대적인 구조개선을 단행했다. 당시 국내 영업점 126개 가운데 90개를 통합하고 기업금융 영업점을 포함 43개로 줄였다. 또 자산관리 전문가 50여 명을 포함해 90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 서비스 전문점 ‘서울센터’를 오픈했다.

그 결과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세계적 금융 잡지 글로벌 파이낸스 매거진이 주관한 ‘세계 최우수 디지털은행 어워즈’에서 한국 최우수 소비자금융 디지털은행과 최우수 기업금융 디지털은행으로 선정됐다.

작년에는 한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기관 부문 최우수 디지털은행으로 선정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기업·기관 디지털 은행 어워드의 하위 부분인 최우수 온라인 현금 관리, 최우수 무역금융 서비스, 최우수 온라인 재무서비스, 최우수 모바일 뱅킹, 최우수 모바일 뱅크 앱, 최우수 오픈뱅킹 API 등 6개 부문에서도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씨티은행이 온라인 고객 유치와 서비스 전략의 우수성, 고객의 디지털 상품 이용률을 비롯해 온라인 고객기반의 확대, 상품 다양성 등 실질적 혜택, 웹사이트 디자인과 기능성 등의 성과를 올린 결과다. 또 씨티은행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로 여러 시장에 디지털 온보딩(Digital Onboarding) 서비스를 개시하고, 1억5700만건의 API 콜을 처리하는 ‘씨티 커넥트’ 솔루션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씨티은행 아시아 태평양 기업금융상품 책임자는 수상 소감에서 “씨티은행의 기업금융상품은 그동안의 디지털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아시아에서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며 “기술과 전략적 핀테크 파트너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고객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금융 생태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기업고객 전용 인터넷뱅킹과 시스템을 출시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지난해 기업인터넷뱅킹인 '씨티다이렉트(Citidirect)'와 고객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평소와 다른 지급 거래를 시스템으로 인지할 수 있는 '씨티 페이먼트 아웃라이어 디텍션(Citi Payment Outlier Detection)'을 출시했다. 또 출입 분쟁 사례와 새롭게 개정된 '인코텀즈(Incoterms) 2020', 수출입금융 상품인 '구매카드(Supplier Finance)' 도 선보였다.

◇기업금융·자산관리 넘어 소매금융까지 ‘영업무대 확장 중’ 

씨티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뿐 아니라 소매금융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간편대출 '씨티 더빠른 신용대출'을 출시해 디지털 채널 경쟁력을 제고했다. '씨티 더빠른 신용대출'은 복잡한 증빙서류 제출 없이 신청 후 10분이면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으며 한국씨티은행과 거래가 없는 고객들도 영업점 방문 없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7월7일에는 비대면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AI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챗봇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필요한 답변을 즉각 제공하는 금융상담 서비스다. 한국씨티은행 영업점 위치부터 상품 및 모바일 사용법 등 은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안내가 가능하며, 고객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하면 관련된 정보를 같이 제공한다. 필요 시 답변과 함께 고객 원하는 거래나 서비스가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의 앱 링크나 웹 링크도 같이 제공하는 등 고객의 편의에 맞게 구성됐다.

특히 기존 시나리오 방식에 AI 기술을 접목해 대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예적금’ 및 ‘카드 혜택’ 등 간단한 키워드는 물론이며 ‘제일 인기 있는 신용카드가 뭐야?’ 같은 문장도 인식해서 관련한 상담 및 안내가 가능하다.

이는 비대면 금융 확산에 따라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위해 출시됐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챗봇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금융 서비스를 접하도록 했다.

한국씨티은행의 기업금융 중심의 디지털혁신은 유 행장의 차별화 전략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 행장은 기업금융 분야에서 30여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해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금융본부장 등 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최근까지도 기업금융그룹장으로 활약했다.

유 행장의 차별화 전략은 유연하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통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 행장은 “조직 문화를 새로이 해 조직의 활기를 증진하자”면서 “노사 간 서로 존중하며 변화하는 여건 속에서 합리적 대안을 함께 찾아 미래를 준비해나가자”고 주문했다.


mylife1440@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