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위축되는 다수대표 소선거구제···결선투표제 도입·'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편 필요

주권자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선거결과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사표(死票) 심리’ 때문이라며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에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주권자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선거결과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사표(死票) 심리’ 때문이라며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에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구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강요식 자유한국당 후보의 낙선 현수막이 당시 최성권 경기도의원 고양시 제6선거구(중산‧풍산‧고봉) 후보의 것과 함께 논란이 됐다.

강 후보의 현수막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인물보다 정당을 택한 민심, 반성하고 새롭게 뛰겠습니다. 28.1% 고맙습니다.”

최 후보의 낙선 인사야 “이재명 같은 자 뽑는 유권자에게 선택 안 받아 다행”이라며 대놓고 국민을 조롱했지만, 강 후보의 낙선 인사의 경우는 다르게도 읽힌다. 

“인기투표(인물) 시대는 가고 정당정치 시대가 도래했다. 쇄신하겠다(반성). 의리 지켜준 유권자들에겐, 정말 감사하다.”

선거철만 되면 ‘인물’만 남고 ‘정당’은 없는 한국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그러기 위해 선거제도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강 후보는 이제 인물 중심이 아닌 정당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최대 수혜를 본 인물은 단연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당내 경선부터 ‘형수 욕설 파일’과 ‘혜경궁 김씨’로 궁지에 몰린 이재명 당선인은 본선거에서 ‘여배우 스캔들’까지 터지며 공직자로서의 자질논란에 휩싸였지만 당선됐다. ‘혜경궁 김씨’와 ‘여배우 스캔들’은 여전히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형수 욕설 파일은 한발 양보해 상대가 패륜적 행위를 저질렀다 치더라도 거친 언행에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크게 달아올랐다. 특히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까지 담겨 낙선 운동을 벌이는 당내 당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언어란 한 개인이 단어를 고르는 취향에 따라 배열되기 때문에 말품은 그의 성품과 무관하다 볼 수 없다. 형수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욕설에는 그가 여성(소수자)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의심케 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가 끝난 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다”며 정치와 공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도는 그 사람의 격을 가늠하는 척도다. 본인에게 난처한 질문을 했다고 기자들을 향해 “무례하다”라 정색하는 이재명 당선인을 보며 “투표를 한 자기 손목을 자르고 싶었다”고 치를 떨면서도 “‘국정농단’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혹은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일부 진보유권자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시행했더라도 이재명 당선인은 과반 이상의 유효표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 대표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유권자들은 1차 투표때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면 되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2차투표에서 차선이나 차악을 택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유권자들은 1차 투표때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면 되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2차투표에서 차선이나 차악을 택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 후보의 대표성을 검증하는 '결선투표제' 

주권자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선거결과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사표(死票) 심리’ 때문이라며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에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 B, C, D  후보가 출마했다고 가정, A, B가 각각 40% 대 지지율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면, 현행 선거제도로는 보통 A후보나 B후보에 투표를 하게 된다. 10%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는 C나 D 후보를 지지할 경우 사표가 되기 때문이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유권자들은 1차 투표때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율이 높은 순서대로 A, B 후보가 결선을 치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는 처음부터 차선이나 차악을 고를 이유가 없어진다. 절반을 넘지 못한 후보가 2차 투표로 당선돼도 지지 기반이 약하므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숙제가 남는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더라도 결국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1인 2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제도와 차이가 없지만, 각 정당별 총 국회의원 의석수가 정당투표 득표율을 통해 정해지며, 이렇게 정해진 정당별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의원 숫자를 뺀 차이 만큼을 비례대표가 채운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1인 2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제도와 차이가 없지만, 각 정당별 총 국회의원 의석수가 정당투표 득표율을 통해 정해지며, 이렇게 정해진 정당별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의원 숫자를 뺀 차이 만큼을 비례대표가 채운다. /그린포스트코리아

 

◇ 표의 등가성과 의견의 다양성을 위한 '비례대표제'

우리가 지난 1987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는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총선에서는 한 후보가 25.2% 유효표를 가지고도 당선됐다. 당시 64.5%의 낮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전체 유권자 16.2%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다. 나머지 80% 이상의 표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다수결 민주주의다. 따라서 ‘대표성이 약한’ 정치인들이 소수의 의견을 배제하고 독점의 정치를 할 소산이 크다. 독점 정치로 인한 정치판의 대립과 교착 상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한국형 선거제도 모색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단일 정당이 정부내각을 구성하며, 행정부가 입법부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양당제이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단순다수제’의 선거제도를 사용하고, 다원적 이익집단의 사회이자, 단원제 국회”이기 때문에 시대정신에 맞는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소선거구(지역구당 1명 선출)와 단순다수대표제(1위 당선)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가 ‘독점의 정치’를 파생한다며 국회나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경우는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례성에 기초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주권의 왜곡을 막고, 표의 등가성을 확립해 소수 의견과 다양성이 보호받는 민주적 사회질서를 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후보에 대한 국민 대표성을 검증할 수 있다면,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16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39%와 35.9%의 득표율로 48.4%와 41.8%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거대정당에는 상대적으로 이익이 되고 군소정당에는 상대적으로 손해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 (Moris Duverger) 역시 다수대표 소선거구제가 2가지 이유로 양당제를 가져온다며 하나는 ‘통합’이고 다른 하나는 ‘사표 심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7대 총선부터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이른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비례대표의 수가 너무 적었다. 그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맞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우리가 지난 1987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는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다. 따라서 1위 이하의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는 사표가 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대표성을 가진 의원’이 선출되게 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지난 1987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는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다. 따라서 1위 이하의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는 사표가 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대표성을 가진 의원’이 선출되게 된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하승수 대표는 “국회나 ‘지방의회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사표가 극소수로 줄어들게 되고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럼 20대 총선 결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입해보자. 먼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 이상의 당선자를 냈기에 비례대표가 배분되지 않는다. 대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기 위해 각각 58석과 21석의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에서 332명으로 늘어나는 '초과의원' 현상이 발생한다.

현 소선거구제(지역구당 1명 선출)는 국회의원이 기초지방자치단체보다 선거구획 규모가 작아 1명의 수원시장과 5명의 국회의원, 1명의 성남시장과 4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꿔 지역구 의원 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이 부분도 숙제가 있다. '의회 구조조정'을 국회의원들이 기꺼이 받아들일까?

초등학교 교과서는 “사람들 사이의 견해차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 정치라고 설명한다. 교과서와 현실이 너무 달라 초등생을 혼랍스럽게 만드는 비타협적 정치문화와 정치인의 이합집산이 일상화된 정치판 역시 청산해야 할 적폐다. 정파적 이익보다 한국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완성을 우선하는 태도, 과연 이번 ’촛불 정국‘에서는 볼 수 있을까.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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