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의 시니컬] '집값담합'은 '불한당'들의 한국사
[박소희의 시니컬] '집값담합'은 '불한당'들의 한국사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8.09.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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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불로소득이 임금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아
토지 공개념에 대한 사회적 논의 다시 할 시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대출 규제, 투기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내놨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 공급을 늘릴 모양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광명 등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단다. 그것이 정말 최선일까.(권오경 기자)2018.09.11/그린포스트코리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대출 규제, 투기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내놨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 공급을 늘릴 모양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광명 등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단다. 그것이 정말 최선일까.(권오경 기자)2018.09.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시기 주체의 됨됨이를 나무라는 어감까지 담겨 있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았다며 우리 민족을 ‘한겨레’라 부르니 속담 속 사촌은 실제 혈연관계만 일컫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수학의 정석’을 나눠 보았던 고등학교 동창이, 다 된 조별 과제에 상습적으로 숟가락만 얹던 대학 선배가, 형편없는 보고서에 면박을 주었던 까마득한 직장 후배가 노른자 땅을 상속받았거나 건물주가 되었다는 소식에 유리 지갑을 들고 오늘도 만원버스에 몸을 싣는 무주택자는 배가 아프다.

200~300만원 봉급생활자가 서울에서 시가 3~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한 푼도 안 쓴다는 전제로 15년 안팎이 걸린다. 물론 식음을 전폐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전제다. 최소한의 생명은 유지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면 30년 안에는 가능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저렴한 축에 속한다는 4억원 아파트 매매를 기준으로 30년이다. 

아담스미스는 임금·지대·이윤을 본원적 소득이라고 했다. 나머지 소득은 이 본원적 소득에서 파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을 대가로 얻는 임금을 제외하고 지대와 이윤은 통해 얻는 소득을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보았다. 문자 그대로 노동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불로소득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지불하지 않고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한정된 자원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몇몇 셈 밝은 '사촌'들은 투자 수익(이자·배당·임대료 등)이나 매매 차익(유가 증권·부동산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은 삶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삶의 가능성을 권력화시킨 그들을 기득권이라고 부른다. 봉급생활자들은 기득권이 소유한 자원을 임차하고 임금의 절반 이상을 대여료로 지불하며 그들의 가능성에 봉사한다. 한 달에 수억원씩 뛰는 아파트단지가 속출하며 수도권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는 보도에 배알을 꼴려해도 봉급생활자들의 됨됨이만 탓할 수 없는 이유다. 

불로소득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범죄를 통해 얻은 소득도 불로소득이다. '껌 좀 씹는다'는 중학생이 지나가는 초등학생의 코 묻은 돈을 빼앗는 것도, 한 나라의 수장이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조세를 포탈하는 것도,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이 권력을 이용해 자기 딸을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것도 사실상 불로소득이다. 이는 타인의 노력을 가로채거나 착취해 얻기에 부당이익이다. 우리는 일찍이 땀을 흘리지 않고 약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던 무리(깡패)를 '불한당'이라고 불렀으며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적폐 세력'이라 일컫는다. 

몇 주 만에 수도권 집값이 몇억씩 폭등하는 까닭은 투기 세력의 영향이 제일 클 것이다. 번번히 실패하는 국내 정책도 불길을 키웠을 것이다. 한나라의 주택가격이라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복잡하게 얽혀 있겠다. 

여기에 아파트 입주민의 ‘가격 담합’도 한 몫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투기세력의 들러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가 소유주들이 실제 거래와 상관없이 수도권 다른 지역 시세에 맞춰 호가를 정하고, 만일 이 호가보다 낮게 매매하는 가구나 부동산중개소가 있으면, ‘허위매물’ 신고제를 이용해 제재를 가한다고 한다. 지금 아파트 주민회·부녀회를 주축으로 단지별 구성된 단체 온라인 모임(단체 카톡방)은 이런 작전 모의로 뜨겁다. 

시장 경제에서 담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불법행위다. 담합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서로 짜고 물건의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제3의 업체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대출 규제, 투기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내놨지만 허사였다. 그러자 이제 공급을 늘릴 모양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광명 등의 ‘그린벨트’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이라며 정부와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집값 폭등은 공급량 부족이 아니라 거래량 부족 탓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시 주택공급량은 사실상 100%를 넘는다는데 실수요자가 집을 사려고 해도 매물이 없는 상황. 따라서 공급을 늘리는 방향보다 다주택자가 집을 보유하면 손해, 팔면 이익이 되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주택이 투기가 아니라 주거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지대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란 문제는 역사 이래 계속 뜨거운 논쟁거리지만, 애초 지대는 하늘·바람·공기·태양·물과 같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지구라는 물리적 면적은 한정되어 있는데, 살아봤자 100년 안팎인 사람은 나고 죽고를 반복하며 수백만년의 인류 역사를 이어왔다. 땅은 단지 선점한 것일 뿐, 사실상 공공자원이다. 그런 자원을 소유한 기득권이 불로소득을 창출할 때 그들이 불한당이 되지 않으려면 약한 자의 고혈을 짜는 방식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주택 불로소득이 임금 상승률을 월등히 앞서는 상황에서 사실상 공공재로 인한 불로소득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은 "이자 생활자들은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주장보다 우아하지 않은가. '미친 집값'이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토지 공개념에 대한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을 축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이미 인정하고 있으니 이 제한된 자원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토론은 제대로 한 번 해봐야 할 때다. 추진력이 좋은 이해찬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입에서 나왔으니 어쩌면 속력이 붙을 것도 같다. 

'집값 담합'을 위해 단체카톡방에 모여 있는 이들 가운데 ‘불한당들의 한국사’를 끝내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이들도 있었을까. 촛불은 대통령 한 사람을 탄핵하기 위해 켜진 것이 아니다. 타인의 노력을 무참하게 뺏는 불한당들을 한국사에서 청산하자는 촛불이었으리라. 

 

ya9ball@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