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혈세 사용법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삼포세대라 부르던 것이 이제 주택·꿈·희망까지 포기했다는 의미로 확장해 N포세대라 부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과연 소중한 사람에게 “같이 살자” 소개하고픈 세계일까.(픽사베이) 그린포스트코리아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삼포세대라 부르던 것이 이제 주택·꿈·희망까지 포기했다는 의미로 확장해 N포세대라 부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과연 소중한 사람에게 “같이 살자” 소개하고픈 세계일까.(픽사베이)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을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으레 소중한 사람을 떠올린다. 좋은 것은 공유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기 때문이다.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는 삼포세대. 거기에 주택·꿈·희망까지 포기했다는 N포세대. ‘그들이 사는 세상’은 과연 미래의 자녀에게 “같이 살자” 소개하고픈 세계일까.

결혼지옥, 출산지옥, 육아지옥, 차별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학력을 배낭에 꾸리고 오르다 학점도 채우고, 토익점수도 채워보지만 갈 길이 막막하다. 하산하는 사람이 조금만 가면 '정상'이라고 일러주지만, 그 말은 ‘허상’인가. 오랜 산행 탓에 체력도 고갈됐는데 정상은 고사하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떨어져간다.

“헬조선은 나까지만”이라고 생각하는 N포세대들에게 생활은 높은 산이다. 그런데 누군가 말을 건다. “이제 결혼할 때가 됐네” “아이는 언제 낳을거야?”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먹고(食), 자는(住) 문제다. 다시 말해 생존의 최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하루하루 ‘죽음 공포’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만 사는게 힘든 건 아니다. 임금노동자 절반가량이 2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다. 2014년 보도에도, 2015년 보도에도 이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역시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200만원 이하 임금노동자는 수년 동안 절반을 넘고 있다.

최저임금에 기웃하는 200만원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매달 10일 이후 통장에 남는 돈이 있으면 '경제관념이 있는 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월급은 스치듯 안녕. 취업을 해도, 취업을 못해도 미래를 대비해 저금할 돈따윈 없다.

‘헬조선’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이 붙은 한국은 2001년 이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힘든 지옥에서 저출산 현상은 가난의 굴레를 끊겠다는 시위로도 읽힌다. 

5일 문재인 정부가 첫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출산율 급감 현상이 장시간 노동, 주거 불안, 젠더 불평등에서 비롯된다고 진단, 아예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출산율이나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정책에서 탈피해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개선해 N포세대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주겠다는 취지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렇게만 된다면 포기했던 꿈도 다시 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주거 지원 확대, 출산지원금 확장 등 이번 대책을 면면히 살펴보면 구체적 대안이 아니라 실효성을 얻지 못한 기존 ‘구호’와 어딘지 닮았다. "어? 낳기만 하면 이제 나라가 다 키워주네" 그런 '파격'은 없다.

사실상 인구절벽으로 직격타를 받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 국가경제의 기본동력이 ‘노동’이기 때문이다. 육아를 개인(요즘은 할머니)의 책임으로 미루지 않고 낳기만 하면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복지(福祉), 사전적으로는 행복한 삶.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육아복지는 정말 불가능할까?

‘죽기 살기’로 일한 국민 혈세로 연간 80억원 상당의 금액을 생활비·유흥비·로비로 사용했다는 국회,  편익도 낮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한 MB정권. 적금 들 50만원도 없는 소시민이 이같은 보도를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일까.  

최근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향후 50년간 31조원이 유지 비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 시민단체는 MB가 4대강 사업으로 '말아먹은' 세금이 "2012년 간 한 사람이 매일 3000만원 쓸 수 있는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특활비는 챙기면서 “복지에 쓸 돈은 없다”는 '환경파괴'에 22조원은 투입하면서 "복지는 세금낭비"라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내가 이러려고 국민이 됐나' 자괴감만 들게할 뿐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축복인 세상이라면, 소중한 존재에게 "같이 살자"하지 않을까. 혈세 사용법이 이상한 나라에서 '저출산'은 ‘인과응보’인 셈이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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