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인 보전지역에서 불법거래 자행…정부차원 노력 시급

초베국립공원의 아프리카코끼리. [출처=WWF]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하도록 지정된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멸종위기동물국제협약(CITES) 생물종의 30%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7일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행한 보고서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CITES(멸종위기동물국제협약) 생물종의 불법 거래 중단'에 따르면,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CITES종의 30%가 불법 밀렵·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자연유산은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역으로 과학적 보존 관점과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지 등 자연·환경적 보존 가치를 지닌 지역이다. 한국의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지역은 이같은 상징적인 아름다움, 지질학,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등으로 희귀종들이 많이 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3890마리의 야생 호랑이 중 3분의 1, 야생 아프리카코끼리의 40%가 살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의 자바코뿔소, 캘리포니아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 바키타돌고래와 같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은신처다.

카메룬 키리비 지역에서 자행된 벌목. [출처=WWF]

 


하지만 불법으로 자행되는 밀렵과 벌목, 어획의 약 30%가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자행되고 있어 멸종위기종의 존폐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변 지역 사회의 생계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WWF는 우려했다. 세계자연유산지역의 90% 이상에서 관광산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ITES와 세계유산보호협약, 관련 정부가 협력해 보호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밀렵부터 가공을 거친 운송과정, 판매까지 야생동물 불법거래를 중단시킬 포괄적이고 협력가능한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마르코 람베르티니(Marco Lambertini) WWF 사무총장은 "세계자연유산지역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자연 보호 지역이지만 과잉 개발과 불법 거래 등 파괴적인 산업 활동으로 지역과 희귀 동식물이 위협받고 있다"며  서식지와 이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종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보다 많은 생물종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존 스캔론(John Scanlon) CITES 사무총장은 "WWF의 새 보고서는 CITES와 세계문화유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세계유산보호협약 간의 협력을 증진시킬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CITES를 잘 시행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이 지역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우리에게 남겨진 유산과 자연을 지키고 지역 주민과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며 지역과 연결돼있는 국가와 지역 경제 또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잉거 안델슨(Inger Andersen)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은 "불법 야생동물 거래는 세계자연유산과 지역 공동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빈곤을 줄이기 위한 범 세계적인 노력을 저지하는 행위"라며 "보고서는 세계자연유산 보호지역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세계자연유산지역에 대한 보호와 감시는 불법 야생동물 밀렵과 밀렵품 거래에 대한 수요 억제와 함께 교육과 법적 제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CITES 이사회와 세계유산보호협약 두 기관이 상호교류를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세계자연유산지역에서 자행되는 불법 밀렵을 막기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세계의 상징이 되는 지역과 생물종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WWF는 정부, 기업들과 함께 '우리 함께 공동유산을 보호하자(Together saving our shared heritage)'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해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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