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단계 폐질환 산모들의 유산·사산·조산으로 인한 태아 피해 우선 인정

가습기 살균제로 폐를 이식 받은 피해자.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산모들의 유산·사산·조산한 경우, 이에 대한 태아 피해를 인정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1, 2단계가 인정된 산모에게만 적용되고 나머지에 대해선 판정이 보류됐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1차 환경보건위원회(위원장 이정섭 환경부차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자 조사·판정과 태아 피해 인정기준 등 3건의 안건이 심의·의결됐다.

위원회는 우선 3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자 100명에 대한 조사·판정 결과 심의에서 이 중 4명을 피인정인으로 결정했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자료로 폐섬유화 현상 확인이 어렵지만 임상적으로는 폐기능 저하가 확인된 소아 신청자를 위해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추가조사와 판정기준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날 피인정자로 확인된 4명 중 1명은 병원측이 검사 결과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잘못 기록하면서 지난 위원회에서 4단계로 잘못 판정됐던 1단계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위원회는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1단계 피해자를 피인정자로 추가했다. 환경부는 오기록이 발견된 병원 신청자들의 데이터 오류 여부를 확인했지만 추가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원회는 기존의 1·2차 피해 인정자 중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과 합의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수령한 151명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정부 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날 위원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가습기살균제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산모가 임신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불가피하게 피해를 받은 출생아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태아피해에 대한 인정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태아피해 인정기준은 지난해 8월 제19차 위원회에서 의결, 구성된 '태아피해 인정기준 소위원회'에 의해 마련됐다.

소위원회는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를 위원장으로 산과(産科) 및 소아과 전문의와 역학·독성·환경노출·법 분야 전문가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피해신청자들이 제출한 의무기록 등을 분석·검토해 태아피해에 관한 의학적 문제(질환)들을 인정대상으로 보고했다.

인정대상은 임신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고, 폐질환 1~2단계 산모의 건강영향으로 인한 유산·사산, 조산·태아곤란증·부당경량아 출산 및 이에 수반돼 나타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태아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범위는 기존 폐질환의 정부 지원금 규모인 의료비, 장례비, 생활자금, 간병비 등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위원회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심의해 이날 확정했다.

다만 산모가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1,2단계가 아닌 경우와 자료부족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판정이 보류됐다. 위원회는 향후 폐이외 질환 인정 및 판정기준 마련과 현재 진행 중인 추가 독성실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태아피해 인정기준이 마련된 만큼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과 관련한 절차 및 지원 기준 등을 마련해 신속한 피해자 지원에 나선다. 우선적으로 태아피해 인정신청 방안을 마련해 폐질환 1~2등급 피해인정을 받은 산모와 유가족에게 신청을 안내할 방침이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이번 태아피해 인정기준 마련은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 중 처음으로 폐 이외 질환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는 데에 의의가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로 조속히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판정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사해 피해에 상응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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