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사후 관리, 지자체·건물 소유자 자체 평가

석면 피해자 및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회원들이 석면 피해자의 희생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출처=포커스뉴스]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한 안전 관리를 위해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하고 대상 건축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지만 사후관리·감독을 위한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석면 건축물에 대해 6개월에 한번씩 실시해야 하는 사후관리 평가를 건축물 소유자나 소유자가 지정한 안전관리인에게 맡겨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사후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관할 지자체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어 사실상 석면 건축물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2년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이후 2015년 4월28일까지 전국적으로 건축물 석면 위해성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라 일정수준 이상의 석면을 사용한 대상 건물들은 6개월에 한번씩 건물 관리를 위한 평가를 하고 관리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최근 환경부는 석면건축물 위해성 평가 기준의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석면건축물의 위해성 평가 방법'과 '석면건축물의 평가 및 조치 방법' 등 2건의 고시를 개정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고시는 평가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위해성 평가 항목을 객관적으로 바꾸고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정부가 실시한 위해성 평가 결과 중간 이상을 받은 건물에 부착해야 하는 경고 문구도 '이 건축자재는 석면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손상 및 비산(날림)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변경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 자체를 건축물 소유자 또는 안전관리인이 하도록 되어 있어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질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정기적으로 관리와 평가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후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건물주가 평가한 항목에 대한 관리대장을 점검하고 있는지, 건물에 석면 관련 경고 문구가 제대로 부착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후 관리는 지자체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며 환경부 차원에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평가는)건물주와 관리인이 객관적으로 건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건축물이 너무 많은데 환경부 차원에서 일일이 건물들을 다니면서 경고문구가 부착돼 있는지 관리대장을 보관하는지 등을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석면건물에 대한)사후관리는 각 지자체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며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사후관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따로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자체 역시 석면 사후관리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도점검 권한은 법적으로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라고 돼 있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다"며 "석면조사는 마무리가 됐지만 정기적 지도점검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는데다 환경부지침이 내려온것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석면은 노출된 이후 질병 발생까지 잠복기가 15~40년으로 길고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전세계 54개국이 사용을 금지했고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신규 사용이 금지됐다.

세계적으로 1억2500만명이 석면에 노출되고 있으며 매년 석면으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은 단일물질로는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에 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물질"이라며 "제3자에게 맡겨도 제대로 되지 않는 관리감독을 건물주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모니터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 현실성이 없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면 문제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70%가량의 기존 건축물이 석면을 사용해 안전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시민사회나 환경단체가 석면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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