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다] ‘닥터스’ 김영애, 명연기란 무엇인가…김래원보다 먼저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오늘은 너다] ‘닥터스’ 김영애, 명연기란 무엇인가…김래원보다 먼저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 홍종선 기자
  • 승인 2016.06.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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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닥터스' 방송 영상 캡처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지난 주 방송 첫 회부터 경쟁 작들을 기선제압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미 방송 중이던 MBC ‘몬스터’, 지난 20일 함께 시작한 KBS2 ‘뷰티풀 마인드’, 둘 다 ‘닥터스’의 적수가 되지 못 하고 있다.

‘닥터스’ 1,2회를 보며 다시금 ‘배우로서의 가치와 내공’을 스스로 증명하는 김래원에 대해 좀 더 드라마를 지켜본 후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있었다. 박신혜도 한층 더 물오른 연기로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국내 유수의 병원장집 아들이라는 귀공자다움과 부모를 잃은 고아 출신 양아들의 우수, 이상적이라 할 만큼 훈훈한 여고 교사로서의 인품과 자신의 닮은꼴 혜정을 만나 저 심연부터 흔들려오는 사랑의 가능성, 병행하기 쉽지 않은 상반된 캐릭터와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김래원을 보며 오랜만에 ‘드라마 볼 맛’이 났기 때문이다. 맞다, 김래원을 감독이 찾고 시청자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서로 다른 특질을 동시에 품을 수 있어 이중노출이 가능하거나 미래의 반전을 내포시킬 수 있음에 있다.

그런데, 어젯밤 3회 마지막에 ‘배우 김영애 님의 특별출연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을 보는 순간, 이미 암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로 사망했음에도 ‘저렇게 잘하는데 회상 장면으로라도 나오겠지’ 달래던 자기위로가 통하지 않는 순간, 배우 김영애에 대해 먼저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올해 나이 예순여섯의 배우 김영애는 ‘닥터스’에 혜정(박신혜 분)의 할머니로 등장했다. 할매국밥 집 주인이기도 하고, 지홍(김래원 분)이 할매라 부르기도 해서 할머니보다는 할매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강말순 할매는 혜정이의 말마따나 몸을 파는 여자였지만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도망간 적 없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일에 정면 돌파로 살아왔다.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그 사람의 자존감과 노년의 얼굴을 책임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강말순 할매에게서 풍겨 나오는 옹골찬 아우라와 강단, 배우 김영애가 아니면 가능했을까.

비록 없이 살지만 우리 혜정이 할매는 누구보다 따뜻하다. 모진 세상풍파를 온몸으로 헤쳐 온 그녀답게 세상살이에 대한 이해가 넓고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깊다. 정 없는 아들네미가 말해 주지 않아도 혜정이 겪었을 외로움과 가슴 속 상처를 알고, 우정 앞에 입 무거운 손녀가 말해 주지 않아도 혜정이 방화범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는다.

기자는 지금 배우 김영애의 연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강말순 할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김영애에 대한 기사를 쓰게 했던 첫 번째 이유다. 연출이 느껴지지 않을 때, 연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최고의 연출이자 연기라 하던가. ‘복면가왕’ 출연자들로 치자면 김영애는 고음과 폭풍성량을 뽐내거나 음색깡패의 면모를 과시하지 않고, 담담히 우리 마음에 젖어 들었다, 그냥 혜정이의 할매 강말순 여사로. 우는데 눈썹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마와 입술이 어떻게 일그러지고 울음을 어떻게 토해내서 리얼하더라, 라고 꼬치꼬치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세상 어디, 경기도 남양주 어디쯤에서 몸 팔아 허튼 데 돈 쓰지 않고 살뜰히 모아 국밥 집을 하며 동네 착한 선생에게 하숙을 놓고 있을 것 같은 강말순 여사, 세상 사람들이 다 색안경 끼고 보는 손주여도 10년 넘게 떨어져 얼굴 한 번 못 보고 살았어도 영원한 혜정이의 편 강말순 할매를 ‘닥터스’에서 만났다.

그리고 나는 진실로, 텔레비전 너머에 있는 그녀의 따뜻한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요즘 이런저런 개인사와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배우 김성민의 자살,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얘기로 몸살을 앓는 연예계 기자로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하는 차에 큰 위안을 받았다. 이것이 배우 김영애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된 두 번째 이유다.

명연기란 무엇일까. 배우도 아니고 연출자도 아니어서 그 답을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관객 입장에서 명연기로 다가오는 두 가지 면(만일 명연기라는 것이 100개의 면을 가지고 있는 백면체라면 말이다)을 어제 접했다. 연기가 느껴지지 않는 연기, 보는 이를 따뜻하게 감싸고 위로하는 연기.

문득, 서른다섯의 김민희가 30년 후에 김영애 님 같은 배우로 성장하기를 상상한다. 세상풍파와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겪고 받아내 먼 훗날에도 틀림없이 있을 고단한 중년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심리적 동요와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물론 오늘의 당신, 미래의 당신께 달렸다.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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