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 역대 최고가...유럽 에너지위기 고조
유럽발 가스 대란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영국 정부는 지난 26일 치솟는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상한선을 대폭 인상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국 정부는 지난 26일 치솟는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상한선을 대폭 인상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줄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최고가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 겨울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에서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에너지 요금 관련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유럽발 가스 대란이 국내에 미칠 영향과 올 겨울 본격화할 에너지대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천연가스 가격 역대 최고가...유럽 에너지위기 고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공급축소 우려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가격이 339.20유로까지 올랐다. 29일 가격은 272,60원으로 다소 내려앉았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년 전에 비해 448.73% 상승했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미국 천연가스로 수요가 몰리면서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5일 기준 미국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9.375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29일 기준 가격도 9.353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올해 겨울을 앞두고 가스 부족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감축에 대응해 내년 3월까지 가스 소비량을 15% 감축하는 비상계획을 지난달 승인했다. 

독일은 가스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해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또한 올해 가을과 겨울 공공건물 난방을 제한하고 광고판 조명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 수급난에 대비한 규정을 승인했다.

◇ 영국, 전기·도시가스 요금 86%·114% 인상

국제 가스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주요 국가의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6일 치솟는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상한선을 대폭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은 지난 4월 대비 86%, 도시가스 요금은 114%까지 오른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영국은 북해 유전과 가스전으로 가스 자급률이 42%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강도 요금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영국의 전력·가스 시장은 유럽 시장에 연동돼 있어 유럽의 에너지대란이 공급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영국의 높은 도시가스 보급률(85%, 한국과 공동 세계 2위)로 인한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콘월인사이트(Cornwall Insight) 등 에너지컨설팅 기관들은 영국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할 경우 내년 2분기에는 전기·가스 부문의 누적적자가 1,300억 파운드(약 205조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 2021년 영국 정부의 예산(9,280억 파운드)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지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에너지시장 규제기관인 가스전력시장규제청(OFGEM)에 전력 및 가스요금 결정을 위임하고 개입을 자제하되, 정부 재정을 통해 에너지쿠폰과 저소득층·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을 직접 보조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총 2,900만 가구에 에너지쿠폰(400파운드, 한화로 약 6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117억 파운드(18조원)를 조성했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가구 등에 대한 별도 생계지원비로 약 253억 파운드(39조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 유럽발 가스 대란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발 국제 가스 대란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유럽발 국제 가스대란은 러시아 가스를 LNG로 대체하려는 유럽이 미국 셰일가스 공급자로부터 장기계약 물량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2026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4년간은 유럽과 아시아가 한정된 세계 LNG 공급 물량을 두고 경쟁을 계속하며 LNG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면서 천연가스 수입액이 늘어나자 한국 정부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가스 가격 급등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결정된 정산단가 인상만으로는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킬로와트시(kW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한 바 있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3,000억원에 달하면서 올해 적자 폭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10월부터 적용되는 영국의 전기와 가스요금은 국내 대비 각각 6.8배와 3.6배로 높은 수준이며 이는 그만큼 국내 전기·가스 요금이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계속 요금을 동결시킬 경우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현재의 추정치들을 뛰어넘어 향후 정부 재정으로도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 훨씬 충격적인 요금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석 전문위원은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개별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올겨울부터 본격화될 에너지 대란에 대비해 자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주택단열, 창호개선, 고효율 에너지기기 사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들 역시 에너지다소비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전 사업장의 에너지효율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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