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높은 유럽, 에너지 수급 비상
소비 감축·석탄발전 가동→공급원 다변화·재생E 전환 가속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57.5%로,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공급 비중이 전체 에너지 수입의 각각 25.7%, 49.1%, 38.2%에 달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57.5%로,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공급 비중이 전체 에너지 수입의 각각 25.7%, 49.1%, 38.2%에 달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째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양국의 충돌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불확실성에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높은 유럽, 에너지 수급 비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에너지를 둘러싼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유럽 내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대러 제재를 단행했다. 하지만 EU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 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EU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LNG) 공급을 줄이고 있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57.5%로,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공급 비중이 전체 에너지 수입의 각각 25.7%, 49.1%, 38.2%에 달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특히 대부분 러시아와 유럽 대륙을 걸쳐 연결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유입되는 천연가스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폴란드와 독일은 60% 내외에 달하고, 헝가리와 체코 등은 100%에 육박한다. 

유럽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독일은 석탄을 제외한 에너지원이 거의 없어 원유의 98.5%, 천연가스의 85.5%, 석탄의 80.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특히 전체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산 수입이 완전히 중단되면 대체 공급원을 모색하더라도 향후 1년간 독일 가스 소비의 30%, 독일 전체 에너지 소비의 8%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기술 점검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가스 공급이 급격히 감소했고, 독일에서 프랑스로 들어오는 가스 공급은 중단됐다. 지난달 21일 가동이 재개되었지만, 가스 공급량은 최대 용량의 30% 수준이다. 

◇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 중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다. 22일(현지시각)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최고 가격이 270유로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직전에 80유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격이 많이 올랐던 6월에 비해서도 2배 넘게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유럽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9일(현지시각) 기준 미국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9.28달러를 기록했다. 16일 기준 가격이 9.329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후 9달러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U는 이러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 감축과 일시적인 화석에너지 재가동으로, 장기적으로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축 및 공급원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대응하고 있다. 

◇ 소비 감축·석탄발전 가동→공급원 다변화·재생E 전환 가속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에너지 의존도 감축을 통한 에너지 안보 향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방안 마련을 위한 ‘REPowerEU Plan’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지난해의 3분의 2가량 가축하고 2027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중단을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지난 7월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내년 3월까지 가스 소비량을 15% 줄이는 조치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다수 유럽 국가들은 올해 겨울철 에너지 부족에 대비해 에너지 절약을 촉구하면서 석탄 발전 재개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은 가스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해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프랑스 역시 이번 겨울에 일부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석탄발전소의 생산 한도 제한을 풀 예정이며, 오스트리아도 가동이 중단된 석탄발전소를 2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세계 5위의 에너지 수입국으로, 에너지 시장 변화에 취약하므로 시장 불안으로 인한 자원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선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더불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화석연료의 수급이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교훈 삼아 그린 전환 과정의 과도기에 대비한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면서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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